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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방

지구의 극지를 사진으로 담기 위한 탐험

by 신기황 2024.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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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1년중 9개월은 얼어붙어 있는 마을, 인근 도시를 찾으려면 800km 가야하는 곳. 그린란드의 이토코르토르미트는 지구의 극지에 펼쳐진 매혹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항상 타인이나 다른 세상과 연결되는 이 세상에서 진정한 고립을 경험하는 건 드문 일이다. 지구의 외진 극지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것 또한 특별한 일이다. 나는 올해 초 서반구 인간 거주지 중 가장 외진 곳으로 사진 촬영 탐험을 떠날 수 있었다. 생애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이 기회를 통해, 나는 이 두 가지 희소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이토코르토르미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과 세계에서 가장 큰 피오르드 계곡 사이에 주민 370명이 알록달록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마을이다.

이곳까지 이어지는 육상 도로는 없다. 헬리콥터나 보트(여름철)와 스노모빌을 이용해야 올 수 있다. 그리고 약 40km 떨어진 공항인 네를레리트 이나트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도 아이슬란드와 웨스트 그린란드에서 각각 주1회씩 운행하는 노선뿐이다.

이토코르토르미트는 북위 70도에 있다. 가장 가까운 도시라 할 만한 곳은 약 800km 떨어져 있다. 이 마을의 뒷편은 북극곰과 사향소, 빙산에 둥지를 튼 수백만 마리의 바다새가 서식하는 춥고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땅이다. 바다의 빙하는 일 년 중 9개월간 마을을 얼어붙게 만들지만, 사냥을 위해 개 썰매로 이동을 하는 이토쿠르토르미트 이누이트 주민들에게는 이 해빙이 생명줄과 같다.

2025년이면 설립 100주년을 맞는 이 마을은 최근 인구 감소(일부 추산에 따르면, 2006년 이후 35% 감소)를 겪고 있다. 젊은이들이 전통적인 북극 사냥 대신, 점점 더 다른 직업이나 공부를 위해 도시로 이주하는 게 원인이다. 또한 기온 상승은 주변 해빙을 더 늦게 얼고 더 일찍 녹게 만들고 있다. 즉 이토코르토르미트는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놓였고, 원주민 공동체의 문화는 더욱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이토코르토르미트로 떠난 겨울 여행은 나의 안전지대 밖으로 떠난 모험이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것 중 커다란 도전이었다.나는 레이캬비크에서 네를레리트 이나트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 닷새간 얼음 위에서 밤을 보냈다. 개 썰매를 타고 이동했고, 텐트와 (침대와 수도, 난방시설, 편의시설이 없는) 작은 사냥꾼용 오두막에서 잠을 청했다. 스노모빌로 시속 80km로 부는 눈보라를 뚫고 45km를 달려보기도 했다.

나는 이번 탐험에서 사진 촬영 이상의 의미있는 것을 얻었다. 지구의 외진 극지 중 한 곳에서 살아가는 삶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이토코르토르미트에 남아있는 주민들이 유서 깊은 전통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추위의 세례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이번 사진 촬영 탐험을 주도한 저명한 사진작가 조슈아 홀코오게 다니엘센과 마나스 투코라는 현지 이누이트 가이드 2명을 섭외했다. 현지 가이드들은 나와 다른 두 명의 사진작가를 개 썰매에 태우고 네를레리트 이나트 공항에서 이토코르토르미트까지 이동하며 지구에서 가장 삭막하면서도 멋진 극지방의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게 도왔다.

기온이 영하 30도까지 떨어진 첫째날 밤 우리는 공항 근처에 작은 텐트로 잠자리를 마련했다. 다니엘센과 투포는 목수가 목재를 자르듯 눈 위에서 동태를 톱으로 잘라 녹은 얼음이 담긴 냄비에 넣어 끓였다.

가시만 남기고 다 먹을 정도로 음식은 맛있었지만, 우리는 앞으로가 걱정됐다. 이 정도로 추운 날씨는 처음이었다.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밤을 보냈지만, 매서운 바람이 쉴 새 없이 텐트를 때렸다. 북극여우, 어쩌면 북극곰이었을지도 모르는 동물이 지나갈 때마다 썰매를 끄는 개들은 커다란 울음을 토해냈다. 밤 사이 기온은 계속 떨어졌고, 다리에 쥐도 나기 시작했다. 정말 추위로 세례를 받은 것 같았다.

국가적 아이콘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다니엘센과 투코가 짐을 싣기 시작했다. 그들의 능숙한 솜씨에 비어있던 썰매는 순식간에 가방과 아이스박스, 카메라 상자, 개 사료 등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이어진다는 밧줄 솜씨로 물건을 튼튼하게 고정시켰다.

썰매는 두 명이 뒤에 앉고 가이드가 앞쪽에서 썰매견을 모는 형태였다. 6일간 각 썰매에 배정된 12마리의 그린란드 썰매견은 450kg이 넘는 짐이 실린 썰매를 끌고 하루 최대 25km를 달렸다. 이 썰매견은 그린란드에서 국가적 아이콘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린란드 이누이트어(칼라히수트)로 퀴미트 라 불리는 이 개는 대형 허스키 품종으로, 약 1000년 전 이누이트의 직계 조상인 툴레족이 시베리아에서 그린란드로 들여왔다고 알려져 있다. 썰매견은 이누이트 문화와 대지의 관계를 상징한다. 또한 스노모빌보다 훨씬 조용해서,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선사 시대 동물

어느 날 아침, 칼을 이용해 버너에 토스트를 굽던 다니엘센이 우리를 불렀다. 그리고는 개들이 우리를 태우고 가고 있는 이토코르토르미트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산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키는 산마루에는 사향소 네 마리가 서 있었다.

뺨 부위에서 튀어나온 짧은 뿔, 검은색과 황갈색이 섞인 긴 털을 강풍 속에서 흩날리는 사향소는 흡사 선사 시대 동물처럼 보였다. 특히 400kg에 달하는 거대한 체중에서 오는 위풍당당함은 사진으로 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우리는 썰매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촬영을 시도했다. 홀코는 우리에게 이 빙하기의 유물 은 쉽게 놀라고 공격적이라며, 너무 빨리 다가가면 도망가고 너무 가까이 가면 들이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대한 사향소는 우리에게 약 한 시간 남짓 촬영 시간을 허락했다. 그리고는 산길을 따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마치 이토코르토르미트에서 사향소가 별미라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분주한 발걸음이었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사냥꾼

셋째 날, 다니엘센은 약 25km 떨어진 자신의 오두막에서 이틀간 묶자며 우리를 초대했다. 그의 오두막은 총빙(바다 위를 떠다니는 얼음이 모여 생긴 거대한 덩어리) 위에 있는 북극곰을 볼 수 있는 전략적인 위치에 있었다. 밝은 파랑으로 칠해진 오두막은 작은 소파와 의자, 싱크대, 스토브, 좌식 화장실이 있을 정도로 넓었다. 특히 천장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도살용 갈고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순간 다니엘센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이드 일을 시작했지만, 그의 열정이자 직업이며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은 사냥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에 따라 이곳의 사냥꾼은 사냥한 동물의 고기나 가죽을 타인에게 팔 수 없다. 수 세대에 걸쳐 그랬던 것처럼 사냥꾼의 포획물은 가족에게 음식과 의복을 제공하는 데만 쓰인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가족의 전통

오두막에 머물며 우리는 다니엘센이 자랑스러운 이누이트 사냥꾼일 뿐만 아니라 네 자녀를 둔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도 사냥꾼이었고 할아버지도 사냥꾼이었으며 막내 아들이 언젠가 자신의 뒤를 잇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홀코는 전날 발견한 사향소의 두개골을 다니엘센에게 선물했다. 나는 다니엘센에게 두개골을 든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도 되는지 물었고,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이 사진 좀 보세요.

저녁 식사 시간에 다니엘센은 웃으며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어제 찍은 우리 아버지 사진이에요.

그의 아버지는 얼음 위에 사체로 누운 거대한 북극곰 위에 서 있었다.

이것도 봐봐요.

그는 자신이 사냥했던 거대한 북극곰 세 마리의 사진을 넘기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기후 변화는 최근 수십 년새 북극곰의 이동 패턴을 바꿔놓았다. 이로 인해 북극곰은 이토코르토르미트 같은 마을에 더 근접하게 되었고, 이 상황은 사람은 물론 북극곰 모두에게 실질적인 위험이 되고 있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자연이 얼음으로 만든 조각들

우리는 다니엘센의 산장을 더나 동쪽으로 20km쯤 나아갔다. 눈과 얼음 위를 썰매가 미끄러지는 동안 이어지는 주변 풍경과 평온함은 오로지 감탄이었다. 극지방의 부드러운 햇살은 푸른 빛깔의 얼음을 어루만지고, 다시 안개가 어우러져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우뚝 솟은 빙산과 자연이 조각해낸 얼음 작품들을 지나쳐 앞을로 나아갔다. 풍경 사진가들이라면 이 곳을 천국으로 생각할 것이다.

특히 이곳에선 밤이 되면 빛 공해가 없는 완전한 어둠이 찾아온다. 그렇게 맑은 밤이 가을과 겨울을 만나면, 정기적으로 하늘을 수놓는 오로라를 보여준다.

현지에서는 '아르사르네릿'(공놀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알려진 이 현상도 사냥과 연관된 전설도 갖고 있다. 하늘을 유영하는 불빛이 바다코끼리의 해골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영혼이라는 것이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북극의 유령

5일간의 여정 끝에 우리는 이토코르토르미트에서 서쪽으로 14km 떨어진 작은 정착촌 캅 호프에 도착했다. 버려진 오두막 20여 채가 수 km에 걸쳐 펼쳐진 빙하와 함께 서있는 풍경이었다. 날씨가 몹시 추웠고 많이 지친 우리 여섯 명은 오두막 중 하나를 골라, 침낭을 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쌍안경으로 창 밖을 내다보던 다니엘센이 갑자기 외쳤다. “북극곰이다! 북극곰!”

32km 떨어진 곳에서도 먹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육상 동물 중 가장 큰 육식동물인 북극곰을 촬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우리는 무거운 겨울 장비와 카메라, 가장 성능이 좋은 렌즈를 챙겨 산 아래로 내려갔다. 북극곰은 우리로부터 약 6km 떨어진 곳에 있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홀코가 북극의 유령 이라고 묘사한 북극곰, 즉 하얀 털이 주변 환경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거의 보이지 않는 북극곰을 촬영하는 것은 내 꿈이었다. 먼 발치에서 북극곰을 본 그 순간은 내 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었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이토코르토르미트

서반구에서 가장 외진 마을에는 단 한 곳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그 이름 역시 게스트하우스 다. 우리는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3일간 이곳에서 휴식을 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얼어붙은 황야에서 일주일 가까이를 지내다 보니, 오히려 이토코르토르미트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이 곳은 새하얀 설원에서 밝게 칠해진 집들이 시선을 끄는 마을이다. 썰매견들은 북극의 택시처럼 빈 썰매에 묶여 있었고, 스노모빌이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마을 곳곳을 누볐다.

최근 몇 년간 이토코르토르미트는 탐험가들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보트를 타고 얼음을 뚫고 툰드라를 트레킹하며 빙산을 구경하고 지구상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의 경찰관(세 명 중 한 명이라고 들었다)이 스노모빌을 타고 지나가면서 내게 손을 흔들었을 때, 나는 더 이상 탐험가가 아니라 이곳의 일부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설명, (Credit: Kevin Hall)

사진 출처,Kevin Hall

세상 끝에서의 삶

이토코르토르미트는 30분만 정도만 걸어도 마을 전체를 횡단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마을에는 교회와 작은 여행사, 경찰서, 바, 게스트하우스, 헬기장, 그리고 계절마다 두 차례 배를 통해 공급되는 필러수이소크라는 작은 슈퍼마켓이 있다. 물건이 드문드문 진열된 슈퍼마켓 통로를 돌아보니 물가가 꽤 비싼 것 같았다. 일자리가 거의 없는 이곳에서 어떻게 현지인들이 이런 물가를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슈퍼마켓 밖에서는 곳곳에 북극곰 가죽이 걸려 있었다. 이 마을의 기원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나는 야생 동물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이 탐험에 합류했지만, 이번엔 북극의 유령 을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 없다. 훨씬 더 고마운 경험, 즉 지구에서 가장 외진 극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료 퍼옴:기사 관련 정보,출처

  • 기자,케빈 홀
  • 기자,영국 사진작가
  • 2024년 8월 24일
  • 출처: BBC코리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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