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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분섬 소풍 일기》
하늘은 맑았고, 마음은 가벼웠다.
배를 타고 도착한 레분섬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작고 부드러운 바람이 풀잎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나는 마치 시간이 느려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여기야. 레분아츠모리소우 군락지.”
현지 안내 표지판 앞에 섰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 꽃. 전설처럼 이야기되던 그 황금빛 요정들이, 눈앞에 바스러지듯 피어 있었다.
연한 노란색 꽃잎은 햇살을 머금은 듯 투명했고, 꽃 한 송이 한 송이에는 이 섬이 지켜낸 긴 시간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땅을 만져보았다. 따뜻했다.
작은 들꽃이 옆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내 그림자가 꽃과 겹쳤다.
“이곳에서 자라나는 건, 꽃만이 아니구나.”
낯선 풍경에 나를 놓아두고 나니, 내가 오래도록 잊고 있던 감정들이 천천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날, 나는 도시에서 가져온 모든 생각을 내려놓았다.
가방은 가벼웠고, 마음은 더더욱 가벼웠다.
그저 걷고, 보고, 향기 맡고, 웃고.
소풍이란 게 결국, 그렇게 자신을 꽃 곁에 내려놓는 일이구나.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뒤돌아본 그곳엔 여전히 꽃들이 웃고 있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고, 그들은 말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하늘과 땅, 꽃과 나.
모두가 잠시 하나가 되었던, 그 고요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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