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급자가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특수직 연금 가입자에 견줘 학력 수준이 낮고 건강 상태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연금과 다른 특수직 연금 간의 연금 급여액 격차는 여전히 4.6~5.3배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혁창 경상대 교수(사회복지학)와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한국사회보장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공적연금비교연구’를 6일 보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셋 중 한 명(33.3%)이 초등학교 졸업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이상은 7.6%(전문대 1.4%, 대졸 5.6%, 대학원 졸 0.6%)에 그쳤고, 나머지는 고졸 28.4%, 중졸 22.4%였다.
이에 비해 공무원 연금 수급자는 고졸이 45.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문대 포함한 대졸 이상이 42.8%(전문대 12%, 대졸 23.1%, 대학원 7.7%), 중졸 7.7%, 초졸 4.3% 순이었다. 사학연금은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수급자가 가장 고학력이었다. 전문대를 포함한 대졸 이상이 83.3%(전문대 13.3%, 대졸 46.7%, 대학원 졸 23.3%)에 이르렀다. 이어 고졸 13.3%, 초졸 3.3% 순이었다.
장애와 만성질환 등 건강상태를 비교해보니 국민연금 수급자는 특수직 연금수급자보다 장애 비율이 높고 만성질환을 지닌 이들도 약간 더 많았다. 신체 및 정신 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장애를 지닌 비율을 각 연금 수급자별로 살펴보니 국민연금 수급자 중에선 8.9%였고, 공무원연금은 6.8%, 군인연금 4%, 사학연금은 3.3%로 집계됐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신체 및 심리 건강 상태와 생활 전반 만족도에서도 특수직 연금 수급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이번 조사는 제8차 국민노후보장패널(노후소득보장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만 50살 이상 중고령자 8천여명을 대상으로 2년마다 하는 자료)을 통해 모두 1420명의 공적연금 수급자를 추출해 연금수급자별로 비교·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공적연금 수급자의 인구 사회학적 속성을 비교·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공무원 등 특수직 연금 간의 연금소득, 즉 급여 격차는 연금 개혁의 해묵은 이슈 중 하나다. 2009년과 2015년에 공무원연금 개혁이 잇따라 이뤄져 이 격차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여전히 급여액 등에서 큰 격차가 있는 것이 드러났다. 공적연금 간의 연금 격차가 연금 개혁의 주요 쟁점임을 다시금 확인해준 것이다.
2021년 기준 공적연금 월평균 급여액을 비교해 보면, 국민연금(노령연금)은 55만원인데 견줘 공무원연금(퇴직연금)은 253만원, 사학연금은 293만원, 군인연금(퇴역연금)은 277만원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제도 도입이 늦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인해 임시일용직, 저학력의 불안정 노동자가 많아 대체로 가입 기간이 짧고 월 소득도 낮은 데다, 기준소득월액(연금보험료와 연금액을 산정하기 위해 정하는 가입자별 기준 소득) 상한이 낮게 설정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연금의 가입 기간을 비교해보면, 2022년 기준 국민연금의 평균 가입 기간은 19.2년인데 군인연금은 28년, 공무원연금은 32.3년, 사학연금은 29.6년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경우, 이런 평균 가입 기간은 향후 2060년이 되어도 30년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이에 따라 실질소득대체율도 25%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물론 공무원 등은 국민연금 가입자인 일반 직장인보다 두 배 많은 보험료를 내고, 또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지는 등 제도상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의 9%(절반은 사업주 부담)를 보험료로 내며 최대 소득대체율(지급률)은 40%(2028년 기준, 올해는 42.5%)다. 반면,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두배 많은 18%의 보험료를 내기에 최대 소득대체율은 61.2%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 결과, 이런 제도상 차이를 고려해도 급여액 등에서 두 제도 간의 격차가 너무 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연금 수급자 내부 불평등도를 측정한 결과에선, 예상대로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의 연금 급여액 격차가 가장 커 불평등도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지니계수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사이의 이 지수는 0.34에 이르렀다. 반면, 공무원 및 사학, 군인연금 가입자 간의 이 지수는 모두 0.18로 가입자 내부의 불평등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니계수는 0에서 1 사이의 수치로 표시되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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