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GETTY IMAGES
흉악범죄 혐의자의 사적 신상 공개는 알권리일까, 인권 침해일까.
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의 재등장을 두고,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사이트 접속 차단을 결정했다. 과거 폐쇄 심의를 받고 사라졌던 '디지털 교도소'는 왜 사라지지 않는걸까.
이번에도 '접속 차단' 결정...이유는?
사진 출처,디지털교도소
13일 방심위는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 피의자 등의 신상 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한 이른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를 심의해 시정요구(접속차단)를 의결했다.
방심위는 이번 결정을 두고 "다시 유통된 디지털교도소가 사법 시스템을 벗어난 사적 제재를 목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사건과 관계된 개인의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됨에 따라 심각한 피해가 우려돼 시정요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 2020년 '디지털 교도소'가 처음 생겼을 당시에도 '접속 차단' 결정을 내렸었다.
당시 방심위는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현행 사법 체계를 부정·악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접속 차단이 내려질 경우, 의결 당일 바로 접속 차단 작업에 착수해 수일 내 사이트 접속이 차단된다.
'디지털 교도소', 왜 자꾸 등장하나
'디지털 교도소'는 2020년 N번방 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던 당시 처음 등장했다. 범죄 혐의자의 각종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사적제재' 웹사이트다.
등장했던 해에 여러 논란에 휩싸이면서 폐쇄됐다가 이번에 재등장했다.
13일 기준 '디지털 교도소'에는 100여 명의 범죄 혐의자들의 사진과 실명이 게재돼 있다. 공개된 정보에는 이들의 직업과 전화번호, 소셜미디어 계정 등도 포함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의대생 최 모 씨의 신상정보도 게재돼 있다.
실명 외에도 사진, 학력 정보와 재학 중인 대학교 학번도 나와 있다.
부산 돌려차기, 거제 여자 친구 폭행치사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산 범죄 가해자 신상도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디지털 교도소 측은 "지금이 디지털교도소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어 디지털교도소 예전 신상 공개 자료들을 최대한 복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디지털교도소는 성범죄자, 살인자에 국한하지 않고 학교폭력, 전세 사기, 코인 사기, 리딩방 사기 등등 각종 범죄자들의 신상을 공개하여 이 사이트에 수감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 출처,뉴스1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개인이 누군가를 사적으로 제재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금지되는 일이다.
2020년에 처음 등장한 ‘디지털 교도소’는 성범죄 및 아동학대 등 강력 사건 범죄자 신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성착취범으로 몰아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 등으로 결국 폐쇄됐다.
2021년 4월 당시 사이트 운영자는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검거돼 약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당시 운영자와 현 운영자는 다른 사람으로 파악된다. 디지털 교도소는 홈페이지 주소도 이전과는 다르다.
앞서 처벌 사례가 있음에도, 디지털 교도소가 계속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선 공적 사법 체계가 '정의롭지 않다'는 대중적 인식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도 사적 제재를 다룬 경우가 많다. '모범택시'부터 '더글로리', '국민사형투표', '빈센조' 등은 결국 주인공이 사적 제재를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와 판사의 판결 역시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주요 모티브다.
실제 지난해 10월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성인남녀 7745명을 대상으로 '범죄 가해자의 신상 공개 및 저격 등 사적 제재'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9%인 3856명이 '사적 제재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사법 체계 내에서 제재해야 하며 사적인 방법으론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한 자는 335명으로, 4%에 그쳤다.
사진 출처,SBS
하지만 이런 디지털 사적 제재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디지털교도소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개인이 자의적으로 범죄를 판단해 신상 정보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신상을 공개됐던 인물 중에는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의 범죄인 인도를 불허한 강영수 판사, 위안부 발언으로 논란이 된 류석춘 연세대 교수 등 범죄자로 보기 어려운 이들도 있었다.
과거 디지털 교도소의 경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올려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가기도 했다. 범죄자로 지목된 대학생이 무고를 주장하며 자살한 일도 있다.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면서 피해자의 신상이 함께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경우,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를 하지 않기로 정했다. '피해자의 신상까지 퍼질 수 있다'는 피해자 가족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반면 디지털교도소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경찰대 범죄학과 한민경 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와 관련해 "(사적 신상 공개로) 사이다를 느끼는 그 지점이 그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누군가의 정보를 공개하는 그 사람들이 아니라, 피해자 측이 느껴야 하는데, 정작 그로 인해서 피해자, 그 유족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하면 이미 다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런 행태가 과거 중세 시대 서양에서 있었던 '명예형'과 비슷하다고 봤다.
“그 명예형이 범죄 예방 억제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중세에만 있는 게 아니라 현대도 있어야 할 건데 지금 근대 이후 형벌 제도 명예형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재발 효과는 없고 공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교도소의 재등장은 공적인 신상정보 제도의 비일관성에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신상정보 제도가 왜 운용되고 있는 건지, 어떤 기준에 따라서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지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한 사적 제재 사이트는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https://digitalprison.orG
- 기자,김효정
- 기자,BBC 코리아
- 2024년 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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