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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지부티@'물지 않는' 유전자 조작 모기 방사...이유는?

by 신기황 2024.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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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조작된 모기는 독성이 없으며, 인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OXITEC COMPANY

아프리카 지부티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종의 확산 방지를 위해 유전자 변형(GMO) 모기 수백만 마리가 자연에 방사됐다.

영국의 생명공학 기업 ‘옥시텍’이 개발한 이 말라리아모기는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으로, 짝짓기 후 암컷 자손을 낳아도 성체로 성장하지 못하게 억제하는 유전자를 지닌다.

오직 암컷 말라이아모기만이 물며, 말라리아를 비롯해 기타 바이러스성 질병을 전파한다.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GMO 모기가 방출된 건 이번이 최초며, 전체 아프리카 대륙에선 2번째 있는 일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브라질, 케이맨제도, 파나마, 인도에서도 유사한 기술이 성공적으로 적용됐으며, 201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연으로 풀려난 GMO 모기만 해도 10억 마리 이상이라고 한다.

첫 번째 모기 떼가 방사된 건 지난 23일로, 지부티의 교외 지역인 암불리에서 실시됐다.

지부티 정부, 옥시텍, 비정부 기구 ‘어소시에이션 무츄얼리스’ 간 협업으로 이뤄진 시범 사업의 일환이다.

그레이 프랜센 옥시텍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물지도 않고 질병도 퍼뜨리지 않는 착한 모기를 만들어냈다"며 "이들은 이제 자연으로 나가 야생에서 암컷 모기와 짝짓기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이 수컷 모기들엔 ‘자기 제한 유전자'가 있어 교미 후 낳은 암컷 새끼는 성체로 성장하지 못한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과학자들에 따르면, 수컷 새끼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결국 이 종은 멸종에 이르게 된다.

2018년 부르키나 파소에 방사된 학질모기아과 모기(아노펠레스 콜루지)의 경우 아예 불임인 수컷이었으나, 이번에 지부티에서 풀어준 학질모기아과의 모기(아노펠레스 스테펜시)는 번식이 가능하다.

이번 방사는 2012년 지부티에서 처음 발견된 아노펠레스 스테펜시의 확산을 막기 위해 2년 전부터 시작된 ‘지부티 착한 모기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당시 지부티는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30건에 불과해 말라리아 퇴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발병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에는 무려 7만 3천 건을 기록했다.

현재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케냐, 수단, 나이지리아, 가나 등 다른 아프리카 6개국에서도 이 모기 종이 발견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온 아노펠레스 스테펜시 모기는 개체 수 통제가 매우 어려워 ‘도시 모기’라고도 불린다.

통제하기 어렵고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물며, 심지어 화학 살충제에도 내성이 있다.

지부티 대통령실의 압두릴라 아흐메드 압디 보건 자문관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부티 정부의 목표는 “지난 10년간 치솟은 국내 말라리아 발병 건수를 다시 낮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후 압디 카이레 ‘어소시에이션 무츄얼리스’ 이사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부티에서는 말라리아가 드물었다”고 했다.

현재 지부티에서는 전국적으로 매일 말라리아 환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새로운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합니다.

지부티는 인구가 100만 명이 조금 넘는 도시 국가다. 국가 규모가 작아 이러한 새로운 말라리아 퇴치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수월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말라리아 생존자이자, 이번 프로젝트에서 지역 사회 수준의 준비 과정에 참여한 사다 이스마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라리아는 우리 건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질병이다. 우리는 이 착한 모기가 어떻게 말라리아 퇴치에 도움이 될지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진 설명, 아프리카에선 말라리아로 매년 50만 명 이상이 사망한다

사진 출처,OXITEC COMPANY

 

한편, GMO 생물은 아프리카에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환경 단체와 시민 운동가들은 이러한 생물이 생태계 및 기존 먹이사슬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한다. 그러나 프랜센 CEO는 지난 10여 년간 유전자가 조작된 모기 10억 마리가 방출된 사례에서 GMO 생물이 환경이나 인체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보고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자연으로 내보내는 모든 생물이 안전하고 매우 효과적일 수 있도록 늘 주의한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 독성도 없고, 알레르기 반응도 일으키지 않으며, 특정 종에 한정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옥시텍에 따르면, 모기의 타액에서는 조작된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으며, 심지어 유전자가 조작된 모기에 사람이 물려도 이러한 유전자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압디 자문관은 “이 새로운 해법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이것이 바로 미래”라고 강조했다. 이번 실험이 성공할 경우 내년에는 더 많은 모기가 방사될 전망이다.

한편, 말라리아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최소 60만 명의 사망자를 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체 말라리아 사망자 10명 중 9명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발생한다.

사진 출처,GETTY IMAGES/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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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도르카스 왕기라
  • 기자,BBC 아프리카 보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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