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PAUL MAHLASELA
레지나 메리 응들로드부(34)는 8살 때 집 앞 마당에서 놀다 믿었던 남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그 남성은 내게 사탕을 주며 자신의 무릎 위에 앉으라고 했다”는 응들로드부는 “내가 그렇게 하자 내 원피스 위로 손을 올리더니 나를 추행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응들로드부는 이것이 자신이 당한 마지막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 남성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에너데일에 있는 응들로드부의 집에 계속 찾아왔다. 응들로드부의 부모를 만난다는 핑계였다. 그리고 그 후 몇 년 동안 여러 차례 성폭력과 강간을 자행했다.
응들로드부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러나 이 남성뿐만이 아니었다면서, 자신은 수년간 성적, 비성적 공격의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응들로드부는 자신이 피부 색소인 멜라닌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 질환인 백색증 환자이기에 이러한 공격의 대상이 됐다고 말한다.
이 남성이 백색증 환자를 강간하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잘못된 미신을 믿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신은 백색증을 둘러싼 여러 위험한 미신 중 일부에 불과하다.
잠비아 태생으로 남아공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응들로드부는 수년간 우울증을 겪었다. 그리고 이제, 백색증 환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자 힘쓰고 있다.
10년 전 24세의 나이에 겨우 글을 읽고 쓰는 법을 배운 그이지만, 응들로드부는 백색증과 자신의 삶에 관한 연극을 직접 집필하고 출연하기까지 했다.
최근 딸을 출산해 엄마가 된 응들로드부는 백색증을 둘러싼 잘못된 미신을 타파해 다른 이들은 자신이 겪었던 일을 겪지 않게 되길 바란다.
백색증 환자의 하얀 머리카락이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는 믿음부터 백색증 환자와의 성관계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치료한다는 더 악독한 믿음까지 미신은 다양하다.
게다가 코로나19 발병 이후 백색증 환자의 신체 부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다는 잘못된 소문마저 퍼지고 있다.
백색증 환자들은 신체 부위에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납치되거나 살해당하기까지 한다.
사진 출처,HANDOUT
응들로드부는 “내가 5살이었을 때 우리 집 마당 끝 대문에 아이들이 몰려들곤 했다”며 말을 꺼냈다.
응들로드부는 아이들이 자신과 함께 놀고 싶어 하는 것이라 생각해 다가갔다. 그러나 아이들은 도망쳤다.
어느 날, 한 여성이 자신의 어린 딸을 데리고 마당으로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응들로드부는 이게 놀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린 소녀는 나를 보더니 울음을 터뜨렸다”는 응들로드부는 “내가 괴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정말 속상했다”고 회상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응들로드부가 지나갈 때마다 학급 친구들은 자신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 안으로 침을 뱉었다.
나중에 응들로드부는 이게 미신으로 인한 행동임을 알게 됐다. 백색증 자녀를 낳는 저주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었던 것이다.
응들로드부는 백색증으로 인해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다. 시력이 나빠 (백색증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 칠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며, 가까이 다가가야만 사물이 보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교사는 응들로드부를 위해 “특별한 조치”를 해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게 응들로드부는 결국 읽고 쓰기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했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러던 2013년, 응들로드부는 성경 오디오북을 발견했고, 이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된다.
“예전엔 책만 보면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고, 내 모든 세상이 멈춰버리는 듯해 얼어붙었던” 응들로드부였지만, “오디오북을 들으며 소리와 단어 간 아름다운 연결이 존재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세상이 제게 문을 열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응들로드부는 연기를 시작하게 됐고, ‘청년 아프리카 리더스 이니셔티브’의 도움을 받아 ‘메리, 나의 목소리’라는 작품을 쓰고 출연할 수 있었다.
“제가 어렸을 적엔 백색증 환자들을 대표하는 작품이 전혀 없었다”는 응들로드부는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응들로드부의 연극에서 감명을 받은 한 관객은 응들로드부의 개인 과외비를 후원해줬다. 그 덕에 응들로드부는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를 배울 수 있었다.
“여전히 읽고 쓰는 건 어렵지만, 중요한 건 예전만큼 두렵진 않다는 점”이라는 응들로드부는 언젠가 어린 딸의 학교 숙제를 직접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
힘든 임신 끝에 최근 보랄레 사벨로 이사벨을 낳은 응들로드부는 여전히 초보 엄마로서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다.
응들로드부는 이사벨에게 달콤하게 속삭이며 “이사벨 좀 보세요. 얼마나 예쁜 아기인지”라고 말했다.
응들로드부는 딸 이사벨은 백색증이 없지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이사벨은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는 응들로드부는 “딸은 내 전부이고, 딸에겐 내가 갖지 못했던 모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 긴급전화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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