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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리셀 공장 대형 화재... 리튬 배터리, 왜 화재에 취약한가?

by 신기황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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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25일 오전 화재 발생 22시간 만에 아리셀 공장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소재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해화학물질인 리튬을 취급하는 곳이었던 만큼 매캐한 연기와 연이은 폭음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25일 오전 사상자 수는 사망 22명, 중상 2명, 경상 6명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외에 연락 두절 상태인 실종자가 1명 남아있어 인명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소방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불은 아리셀 한 건물 2층에서 발생했으며, 2층에서 대피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시작됐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 및 판매하는 곳으로, 스마트 그리드라고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에 사용되는 스마트 미터기 등을 주로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나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와 전기설비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대부분 리튬이온 방식을 채택한다. 아리셀도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해왔다.

리튬은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으로 전자기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친환경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최근에 이러한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들도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높은 에너지를 담아 빠르게 방출하는 물질이지만, 그만큼 ‘잠재적 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어렵고, 내부에서의 발열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진화된 것 같더라도 사실상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한 후 구조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리튬, 왜 위험한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은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 폭발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매개인 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고, 방전될 때 다시 양극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해 반복적으로 충전 및 방전 상태가 된다.

전 시에는 강제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그 중에서도 전지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가 가장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도 이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격이나 과충전, 과열 등으로 발생한다

'열 폭주' 현상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열 폭주는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해 여러 부반응을 일으키다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 폭주 현상의 원인과 과정은 다양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파크가 난 전지를 추후에 분해해보더라도 열 폭주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해 발간된 SNE리서치 보고서는 크게 제조 결함, 과충전 및 방전, 외부 가열, 외부 충격 등을 대표적인 열 폭주의 원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배터리의 열 폭주는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화재가 난 후 배터리의 기초 단위를 의미하는 ‘셀’에 열이 가해졌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결국 안정성을 잃어 모든 열, 화학 에너지가 주변으로 방출되면서 진압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일반 분말 소화기는 리튬 이온 배터리 안에서 발생되는 급격한 열 전달 및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냉각 소화의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불산가스 방출’이다.

불화수소는 가열 시 독성 연기를 형성하는데, 특히 금속과 접촉할 시에는 수소가 발생해 화재 대응을 할 때 화재가 확대되거나 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흡입이나 섭취 혹은 접촉 시에 심한 손상이나 화상, 혹은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물 또는 습한 공기와 반응했을 때는 독성, 부식성, 또는 인화성 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화재진압 시 물에 용해되면 오염수가 발생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복되는 사고... '탈 리튬' 움직임도


지난해 9월 테슬라의 호주 퀸즐랜드 주 메가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메가팩은 테슬라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대형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 2021년에도 호주 빅토리아주의 메가팩 배터리에서 불이 나 완전 진압에 사흘이 걸렸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공장 전체로 피해가 번지지는 않았으나 배터리 생산에는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만 위험 대상은 아니다. 지난 해 네덜란드 해안을 지나던 화물선 프리맨틀 하이웨이호는 약 3000 대의 차량을 수송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선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방송사 RTL은 불길이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리튬 배터리 관련 대형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전세계적으로 ‘탈 리튬 배터리’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리튬 이온 전지보다 10배 이상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한 리튬 공기전지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전고체 전지,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차세대 나트륨 전지 등이 개발됐다.

리튬 이온 전지보다 용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 온도 범위가 넓은 마그네슘 이온 전지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솔루션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상용화되어 있지 않다.


한편, 중국 칭화대학교의 밍까오 교수 연구팀이 201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 열 폭주는 시작되기 직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논문은 열 폭주가 발생하기 직전 전압 강하 이후 15~40초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면 열 폭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리튬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마른 모래와 팽창 질석, 팽창 진주암을 사용해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완벽히 진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시간 이어지는 화재에 대비해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한 소방대원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국인 2명, 외국인 20명이다. 외국인 국적별로는 △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래현
기자,BBC 코리아
2024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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