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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리셀 공장 대형 화재... 리튬 배터리, 왜 화재에 취약한가?[추가+3]

by 신기황 202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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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은 25일 오전 화재 발생 22시간 만에 아리셀 공장 화재를 완전 진압했다고 전했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소재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최소 2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유해화학물질인 리튬을 취급하는 곳이었던 만큼 매캐한 연기와 연이은 폭음이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25일 오전 사상자 수는 사망 22명, 중상 2명, 경상 6명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외에 연락 두절 상태인 실종자가 1명 남아있어 인명 피해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소방당국은 브리핑을 통해 "불은 아리셀 한 건물 2층에서 발생했으며, 2층에서 대피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배터리 셀 하나에서 폭발적으로 연소가 시작됐다"며 "정확한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 및 판매하는 곳으로, 스마트 그리드라고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에 사용되는 스마트 미터기 등을 주로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나 휴대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와 전기설비에 사용되는 배터리가 대부분 리튬이온 방식을 채택한다. 아리셀도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조해왔다.

리튬은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긴 수명으로 전자기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친환경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최근에 이러한 리튬을 이용한 배터리들도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높은 에너지를 담아 빠르게 방출하는 물질이지만, 그만큼 ‘잠재적 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어렵고, 내부에서의 발열이 계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불이 진화된 것 같더라도 사실상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치명적인 화재가 발생한 후 구조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방관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리튬, 왜 위험한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은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 폭발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매개인 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고, 방전될 때 다시 양극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해 반복적으로 충전 및 방전 상태가 된다.

전 시에는 강제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그 중에서도 전지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가 가장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재도 이 때 가장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화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충격이나 과충전, 과열 등으로 발생한다

'열 폭주' 현상도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열 폭주는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해 여러 부반응을 일으키다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열 폭주 현상의 원인과 과정은 다양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파크가 난 전지를 추후에 분해해보더라도 열 폭주의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해 발간된 SNE리서치 보고서는 크게 제조 결함, 과충전 및 방전, 외부 가열, 외부 충격 등을 대표적인 열 폭주의 원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배터리의 열 폭주는 화재 진압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화재가 난 후 배터리의 기초 단위를 의미하는 ‘셀’에 열이 가해졌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결국 안정성을 잃어 모든 열, 화학 에너지가 주변으로 방출되면서 진압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특히 일반 분말 소화기는 리튬 이온 배터리 안에서 발생되는 급격한 열 전달 및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냉각 소화의 효과를 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 폭주 현상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불산가스 방출’이다.

불화수소는 가열 시 독성 연기를 형성하는데, 특히 금속과 접촉할 시에는 수소가 발생해 화재 대응을 할 때 화재가 확대되거나 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흡입이나 섭취 혹은 접촉 시에 심한 손상이나 화상, 혹은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물 또는 습한 공기와 반응했을 때는 독성, 부식성, 또는 인화성 가스를 배출하기도 한다.

화재진압 시 물에 용해되면 오염수가 발생해 위험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복되는 사고... '탈 리튬' 움직임도


지난해 9월 테슬라의 호주 퀸즐랜드 주 메가팩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메가팩은 테슬라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러한 대형 화재는 처음이 아니었다. 2021년에도 호주 빅토리아주의 메가팩 배터리에서 불이 나 완전 진압에 사흘이 걸렸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아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직원들의 발빠른 대처로 공장 전체로 피해가 번지지는 않았으나 배터리 생산에는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리튬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만 위험 대상은 아니다. 지난 해 네덜란드 해안을 지나던 화물선 프리맨틀 하이웨이호는 약 3000 대의 차량을 수송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선원 한 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네덜란드 방송사 RTL은 불길이 전기차 배터리에서 시작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렇게 리튬 배터리 관련 대형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전세계적으로 ‘탈 리튬 배터리’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기존의 리튬 이온 전지보다 10배 이상 에너지 밀도 상승이 가능한 리튬 공기전지나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보장되는 전고체 전지, 대용량 에너지 저장이 가능한 차세대 나트륨 전지 등이 개발됐다.

리튬 이온 전지보다 용량을 두 배 이상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동 온도 범위가 넓은 마그네슘 이온 전지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솔루션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리튬 이온 배터리에 비해 상용화되어 있지 않다.


한편, 중국 칭화대학교의 밍까오 교수 연구팀이 201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 열 폭주는 시작되기 직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논문은 열 폭주가 발생하기 직전 전압 강하 이후 15~40초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면 열 폭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리튬 배터리가 폭발했다면 마른 모래와 팽창 질석, 팽창 진주암을 사용해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완벽히 진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장시간 이어지는 화재에 대비해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한 소방대원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국인 2명, 외국인 20명이다. 외국인 국적별로는 △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래현
기자,BBC 코리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숨진 중국 조선족 노동자의 이야기

사진 설명,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딸 비에리메를 잃은 주하이위는 하루도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있다며, 마치 깨지 못하는 악몽에서 헤매는 느낌이라고 했다

 

 

기사 관련 정보

  • 기자,뤼자훙 & 리뤄
  • 기자,BBC 중국어 뉴스
  • Reporting from경기도 화성시

“시신 신원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갔습니다. 모두가 제게 시신을 보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전 마지막으로 딸을 보고 싶었습니다…그렇게 시신을 확인했는데 차마 제 딸이라는 걸 믿을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예뻤던 제 딸은 이제 죽고 없습니다. 그 모습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중국 지린성 옌볜 출신 조선족으로, 한국에서 수년째 일하고 있는 주하이위는 경기도 화성시에서 이뤄진 BBC 중국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같이 말했다.이곳은 주 씨의 딸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한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오전,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한국인 5명 등 총 23명이 숨졌다. 중국 언론은 중국인 희생자 대부분이 조선족 여성이라고 확인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벌어진 최악의 화재 사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참사다. 주 씨의 딸 비에리메(37)는 해당 공장에서 일한 지 고작 한 달 만에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다른 유가족들과 마찬가지로 주 씨 또한 사건 당일, 공장 폭발 사고와 연이어 발생한 화재로 가족이 숨졌다는 비보를 접했다.

눈물을 닦은 주 씨는 취재진에게 딸 리메가 보낸 마지막 문자를 보여줬다. 화재 당일 오전 7시51분, 리메는 언제나 그렇듯 일을 시작하기 전 ‘출근했어’라는 문자를 보냈다. 퇴근 후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 끝났어’라는 문자를 보내오던 딸이었지만, 해당 문자는 주 씨 딸과 주고받은 마지막 문자가 됐다.

사진 설명, 6월 24일 화재 당일 아침 딸 비에리메가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 메시지

 

이번 사건의 엄청난 인명피해는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화재 당일 현장을 방문해 여러 활동을 지시했다. 주한 중국 대사관 측은 깊은 우려를 표하는 한편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여러 외신과 현지 언론 또한 현장에 나와 사건을 보도했는데, 한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배터리 관련 공공 안전 재해 및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 등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다.

더디기만 한 배상 절차

비가 세차게 내렸던 지난 2일, BBC 중국어 취재진은 서울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화성으로 향했다.북동부 접경 도시 등에서 온 희생자의 유족들은 이곳 화성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고 조사 및 배상 절차 진행 상황을 전달받는다.이곳엔 추모의 글귀와 당국을 비난하는 문구가 가득했다.인명 피해가 컸던 이번 참사에 대한 답을 촉구하는 크고 작은 기자회견도 연이어 열렸다.

사진 설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유족 배상, 철저한 진상 규명, 이주노동자를 위한 안전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사진 설명, 희생자들을 추모하고자 설치된 플래카드

 

회의에 참석한 지역 노조 대표들과 정치인들은 적극적으로 공장 측과 정부에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BC 취재진에게 더욱더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바로 유가족들의 지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들 대다수가 사고 조사 및 배상 절차 진행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유가족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어서 정당한 배상을 받은 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장례 절차를 서두르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여기 모인 유가족 중 다수가 화성에 오고자 잠시 하던 일을 멈춘 상태다.

이들은 깊은 슬픔에만 빠져있을 수 없다. 이들 앞엔 현지의 복잡한 법적 절차와 서류 작업 등이 기다리고 있다.

몇몇 유가족들은 이미 너무 힘든 상태라고 호소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처가 사망해 16살 난 아들과 함께 중국 옌볜에서 왔다는 쑤 씨

 

저들이 말하길 배상은 자식이 아닌 배우자에게만 주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미 아이 엄마와 이혼한 지 오래다. 어떻게 해야 하냐

 

며 허탈감을 드러냈다.

사진 설명, 이번 사건으로 전처가 숨지면서 옌볜에서 온 쑤 씨(왼쪽)은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머물며 사고 수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한편 다른 많은 유족과 마찬가지로 주하이위 또한 중국 동북부 옌볜 조선족 자치주 출신으로, 현재는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안산에 살고 있다.지난 2014년, 주 씨는 당시 20대였던 딸 리메와 함께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엔 자신들을 돌봐줄 친지나 지인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리메는 중국에 16살 난 아들을 두고 있었다. 아들은 아빠와 살고 있다.그리고 딸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금, 리메의 아들을 포함한 일가친척들은 화성으로 와 서로 돕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지 1주가 넘어가도 여전히 수사와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 씨는 불만이 크다.

사진 설명, 비극적인 사고로 총 23명이 숨졌다. 이중 17명은 중국 국적으로, 대부분 조선족 여성들이었다. 지난 2일 기준, 사건 현장엔 접근 금지선이 설치돼 있지만, 화재로 인한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진 출처,EPA

 

사진 설명, 6월 24일 화재 당일 현장의 참혹한 모습

 

주 씨는 BBC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딸 리메는 이 공장에 다닌 지 고작 한 달째였다며, “이곳 공장은 대우도 좋고, 덜 피곤하기에” 선택했다고 설명했다.이전에도 소규모 화재 사건이 발생해 주 씨는 딸에게 여전히 안전한지 물었고, 딸은 다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다른 조선족 근로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후에도 다른 화재 사건이 있었으나, 딸이 제게 말하지 않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딸을 다시는 그곳에 가게 놔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편 주 씨는 해당 공장의 안전 교육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주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현재 인터넷에도 널리 유포된 영상을 보여줬다. 폭발 당일 공장 내부를 담은 CCTV 장면이다.주 씨는 눈물을 흘리며 화면을 가리켰다. 처음 폭발이 일어났을 때 현장에서 연기가 났으며, 영상 속 사람들은 불을 끄느라 바빴다고 한다. 당시 딸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었으나, 서둘러 대피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그러나 불길은 빠른 속도로 걷잡을 수 없게 퍼졌고, 딸과 다른 동료들은 공포에 질려 안전문이 없는 막다른 방향으로 뛰어갔다. 그렇게 결국 화염에 휩싸였다.

사진 설명, 화재 발생 당일 공장 내부의 CCTV 화면. 딸 리메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상이다

 

주 씨는 BBC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직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했으나, (중국에서 온) 조선족들은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게 공장 측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 씨는 “어떻게 조선족이 한국어를 못 알아듣겠냐? 교육만 있었다면 이토록 젊고 건강한 청년들이 막다른 방향으로 달려갔겠냐. 어떻게 바깥으로 뛰쳐나가거나, 심지어 아래로 뛰어내리는 걸 모를 수가 있었겠냐”며 분노를 표했다.

코리아타임스’에 따르면 사고 공장인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이사는 지난주 비극적인 사고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공장 직원들은 비상 상황 대응 훈련을 받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미 ‘뉴욕 타임스’는 한국 경찰이 박 대표이사와 다른 경영진들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에선 최근 몇 년간 이주 노동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노동 시장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그런데 이주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한국인 근로자에 비해 거의 3배나 높다는 보도도 있다.

지난 며칠간 주 씨는 유품 정리를 위해 딸이 살던 곳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이틀 밤을 지냈지만, 너무 마음이 아파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주 씨는 딸을 잃은 이후로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모든 게 끝나지 않은 악몽같이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주 씨는 딸의 물건을 정리하러 방문했을 때 “이 문 앞에 딸이 나를 기다리며 ‘엄마예요?’라고 말하진 않을지 생각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전 배상금 규모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제 딸이 죽은 이유를, 제 딸을 위한 정의가 실현되길 바랄 뿐입니다. 그저 딸을 제대로 묻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이러한 일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전 세계 어디에서도요.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선 안 됩니다.

한국의 조선족

사진 설명, 조선족인 주하이위는 딸 비에리메와 한국에 살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중국의 조선족에게 재외 동포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은 약 80만 명으로, 중국과 북한 국경 지역인 옌볜 조선족 자치주 출신이 대부분이다.

일제 강점기 및 태평양 전쟁 기간, 일부 조선족들은 중국 북동부로 이주했다. 그리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일본이 항복하면서 이들 중 절반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1992년, 한국이 대만과의 외교적 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조선족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치적 요인 외에도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중국 북동부 지역의 국영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조선족 노동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대거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한국 내 중국 조선족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던 2004년,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이들을 ‘재외동포’로 분류하며 입국 2~4년간 유효한 ‘재외동포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더 많은 이들이 한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고향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최저 월급은 1만500위엔(약 200만원) 수준이다.

 

'한국인 꺼리면 중국인 쓰면 그만?'...아리셀 참사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동포인 이유

사진 출처,NEWS1

사진 설명,24일 발생한 아리셀 참사로 인한 사망자 23명 중 중국인이 17명인 것으로 밝혀졌다기사 관련 정보

  • 기자,이선욱
  • 기자,BBC 코리아

“단순노동에, 최저임금에, 거리도 먼데 이런 데 한국인이 누가 오겠어요.”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인근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왜 중국인 동포 사망자가 많은 것 같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인근 식당, 공장도 안산이나 시흥에서 중국인들 공급받는 곳이 많아요."

재한 중국동포 단체인 전국동포총연합회 회장 김호림 씨도 “중국 국적 사망자 대부분이 안산 인근에 거주하던 동포들”이라며 이들 대부분이 “인근에서 모여 버스로 출퇴근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중국 동포들이 이런 인력 업체를 통해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일이 매우 흔한 일이라며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체 23명의 사망자 중 17명이 중국인이며 그 중 상당수가 재외동포비자를 가졌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지방의 노동 환경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게 희생자들 대부분이 중국 동포 일용직 노동자들이었던 이유에 대해 물었다.

한국인이 꺼리는 자리를 채우는 중국인들

사진 설명,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했던 메이셀은 사고 5일 전인 6월 19일까지 각종 구인사이트에 구인글을 올렸다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했던 업체인 메이셀은 참사 5일 전인 6월 19일까지도 각종 구직 사이트에 구인글을 올렸다.

구인글에 명시된 근로 조건은 좋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은 최저시급 9860원이고, 통근버스가 출발하는 시화공단과 아리셀은 차로 약 30km 거리에 있다. 면접이나 경력에 대한 요구사항도 없다.

메이셀은 중국 동포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는 물론 한국인들이 이용하는 사이트에도 구인글을 게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동포가 많이 채용됐다.

법무법인 원곡의 최정규 변호사는 “그간 공장 임시직은 내국인 중에서도 고령층이 주로 선호했지만, 최근엔 메이셀의 구인 공고에서 보듯 50세 이하인 젊은 층을 원하는 곳이 많다”며 “최저임금, 나이, 생산직, 임시직 등 조건을 충족할 만한 계층이 이제는 거의 동포들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포 남성들은 주로 임금이 높은 공사장을 선호한다”며 여성 비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추측했다.

현재 한국에 거주 중인 중국 동포는 지난해 말 기준 약 65만 명으로 체류 외국인 약 250만 명의 26.4%를 차지한다. 이들 동포들이 한국인들이 취업을 꺼리는 산업 현장을 메워왔음이 이번 참사를 통해서 또 한 번 드러났다.

가장 많고 가장 유연한 노동자, 재외동포

관계자들은 특히 동포들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임시직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진단한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아리셀 파견 근로자 중 특히 중국 동포 근무자가 많았던 이유에 대해 “일반적인 외국인 근로자와 달리 동포들은 일용직 고용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포를 제외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대부분은 비전문취업(E9) 비자를 통해 입국한다. ‘고용허가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고용노동부가 직접 기업과 외국인 구직자를 연결하는 제도다. 때문에 근로계약, 조건 등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직접 감독한다.

“E9은 정부가 취업을 보증하고 데리고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상시 고용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 산업안전 교육도 시키고 고용주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지도 있어요."

반면 동포들은 방문취업비자(H2)나 장기 체류가 가능한 재외동포비자(F4)를 소지하고 있다.

특히 전체 약 85만 명의 재외동포 중 약 55만 명이 소지한 재외동포 비자는 엄밀히 말해 고용 비자가 아닌 체류 비자이기 때문에 노동조건에 대한 규정이 비교적 덜 까다롭다.

이 실장은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직장 이동도 제한되고 장기체류도 불가능한 데 반해 동포 비자로는 직장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장기 체류도 할 수 있는 등 혜택이 많다"면서도, 한편으론 이 비자가 “개인의 선택과 책임성에 좀 더 무게를 뒀다"며 “일용직이나 위험한 환경에 노출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동포총연합회 김호림 씨도 "정보가 부족한 동포들이 처음엔 대부분 인력 업체를 통해 취직한다"며 "인력 사무소들은 보험도 잘 안 들어주는데, 동포들은 한국 법도 잘 모르고 하니까 그냥 일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충남 아산의 고려인 밀집지 인근에서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단기 계약도 가능한 데다, 불법체류 이슈도 없기 때문에 최근엔 고용주들이 동포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도 모르고 일하는 사람도 많아요'

문제는 바로 이런 특성 때문에 재외 동포들이 위험한 노동 환경에 노출되거나 사후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메이셀도 이번 참사 사망자들에 대한 산재 보험을 들지 않았다.

사진 설명,고려인 김이리나 씨(왼쪽)는 2020년 충남 아산의 한 공장에 불법 파견 형태로 취직했다

아산 신창면에서 아들과 함께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 김이리나 씨도 2020년 한국에 와 불법파견으로 취직했다고 했다.

“인력 업체를 통해 일을 구했다"는 그는 인근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그도 아리셀 희생자들처럼 “인력사무소가 제공한 승합차를 타고 공장에" 다녔다.

“어느 날 공장 관리자가 원래 안 하던 일을 시켰어요.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부품을 화학물질에 담가 세척하는 과정인데, 장갑과 마스크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을 하게 했어요."

그는 이후 “토를 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 인력사무소에 전화해 일을 못 하겠다고 말한 뒤 일을 관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력 업체를 통해 고용됐지만 해당 업체는 공장과 떨어진 곳에 있고, 근로 지시는 원청이 하는 전형적인 불법 파견의 형태다.

김 씨는 "이후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도 공장에서 4대 보험 없이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아산 이주노동자센터의 우삼열 소장은 “오랜 기간 이주노동자들을 봐왔지만, 동포들의 불법 파견 노동 문제가 정말 심각하다"고 말했다.

"퇴직금을 못 받아서 찾아오는 동포들에게 물어보면 근로계약서도 쓴 적 없고 회사 이름도 모른다는 경우도 많아요."

그는 또 “고용주들 입장에선 동포들을 가장 선호할 것"이라며 “인력 업체들이 언제든 필요하면 봉고차로 딱딱 인원 맞춰서 데려올 수 있고, 또 언제든 그만 나오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빈 자리는 외국인으로 채우면 그만?'

사진 출처,GETTY IMAGES

사진 설명,전문가들은 아리셀 참사가 한국인들이 꺼리는 일자리를 단순히 외국인으로 채우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참사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가 노동 현장에서 이어진 오랜 관행들이 겹쳐 발생했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민중의집 운영위원 김춘호 변호사는 “제조업 공장에서 불법 파견은 오래된 관행"이라며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산재 등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많이 써왔다"고 말했다.

현행 파견법은 제조업체엔 원칙적으로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아리셀은 메이셀을 통한 채용이 "적법한 도급"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도급이 되기 위해선 메이셀이 같은 공장에 상주하며 근로 지시를 아리셀이 아닌 메이셀이 했어야 한다.

하지만 메이셀은 "인력 공급만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제 한국인들은 이런 열악한 일자리를 찾지 않으니, 최근엔 자연스레 동포들이나 미등록이주민(불법 체류자)들이 이런 자리로 공급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규 변호사도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불법 파견 문제를 방치해왔다"고 지적한다.

그는 “파견엔 여러 예외가 허용되는데, 고용노동부는 파견을 받으려는 기업들이 이 예외를 적용하기 위해 사전 허가를 받거나 사후 신고를 해야 하는 규정도 만들어놓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예외적으로 불법파견을 마음껏 하도록 내버려둔 셈"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파견사업주들의 파견 현황을 보고받으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또 보도자료를 통해 "매년 제조업, 유통업을 중심으로 불법파견을 근로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속 건수는 2022년 489건, 2023년 465건으로 미미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도 이번 참사에 대해 “한국인들이 오지 않는 자리에 그저 외국인들을 집어넣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인들이 임금이 적고 위험해서 안 오면 한국인이고 외국인이고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와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먼저 논의했어야 하는데, 그저 외국인을 채워넣기만 했죠.”

재외동포 노동환경, 이대로 괜찮을까?

사진 출처,법무부

사진 설명,한국 정부는 구인난 해결을 위해 재외동포들의 유입 및 취업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동포들도 사실상 한국 사회의 노동력 부족을 메우고 있는 만큼, 이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포 비자 정책이 한국의 노동력 수요를 고려해 다듬어진 측면이 있어요."

이민정책연구원 최서리 연구위원은 재외동포 비자 정책은 명목상 동포의 귀환을 돕는 인도적인 목적이지만, 그 안에선 한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이들을 통해 보충하기 위한 의도도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내국인이 많은 일자리는 동포들이 취업을 못 하게, 일손이 부족한 일자리는 취업할 수 있게 비자 정책이 바뀌어왔어요."

일례로 재외 동포들이 단기 비자인 방문취업비자(H2)에서 장기 체류가 가능한 재외동포비자(F4)로 비자를 전환하기 위한 요건 중엔 '지방 소재 제조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법무부는 또한 지난해 5월부터 이전까지 금지하던 재외동 비자 소지자의 식당, 숙박업소 등 취업을 허용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구인난 해소를 위해 재외동포 취업 범위를 확대한다”며 “구인난을 겪고 있는 산업 분야와 인구감소지역 인구 유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삼열 소장은 “어찌 보면 필요에 의해서 데려온 사람들인데 이런 구조 속에서 계속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맞냐"고 말했다.

그는 "단기취업비자로 오는 외국인들은 최소한의 노동권에 대한 교육은 받고 온다"며 "한국 사회가 앞으로도 재외동포들로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 한다면 이들에게도 최소한의 노동권 교육을 한다든지, 이들의 노동 환경을 지켜봐야 하지 않나"고 물었다.

이창원 실장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재외동포들의 노동 현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유가족 지원부터 유독 물질 2차 피해 우려… '화성 화재' 그 다음은?

 

사진 출처,NEWS1

사진 설명,경찰과 소방당국 등 9개 기관은 25일 공장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고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기사 관련 정보

  • 기자,이래현
  • 기자,BBC코리아

24일 발생한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가 22시간여 만에 완전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9개 기관 40여 명은 25일 화재 원인과 안전장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에 착수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는 같은 날 오후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해 너무 안타까운 마음으로 유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회사는 큰 책임감을 갖고 고인과 유족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진심을 다해 필요한 사항을 지원할 것"이라며 "사고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등 후속 조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중 대다수가 중국, 라오스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된 시신은 불에 심하게 훼손되어 사망자 전체의 정확한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지문과 혈액 등을 채취해 사망자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2명으로, 최초로 발견된 50대 한국인과 중국 국적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남성이다.

25일 오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수습된 시신들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다.

희생자들의 빈소는 부검 이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족 피해 지원 대책은?

사진 출처,REUTERS

사진 설명,이번 '화성 화재' 피해 유가족 중 한 명이 취재진들 사이로 지나가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다수가 외국인 근로자였다

이번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들의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인만큼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유가족에 대한 지원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무부는 24일 출입국정책단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해 “대다수 사망자가 외국인 근로자인 만큼 비상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유가족의 신속한 입국 및 체류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성시를 관할하는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도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외국인 사상자의 신원확인, 유족 및 보호자의 입국 및 체류 지원, 통역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법무부는 “사상자와 유가족에게 피해 복구를 위한 법률지원, 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한 치료비, 장례비 등 경제적 지원 제공과 함께 스마일센터를 통한 심리 치유서비스 제공 등 피해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합동분향소 설치, 이주노동자 지원 등의 구체적 사고 수습 대책에 대해 추가 지시를 내렸다.

김 지사는 "희생자 가족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희생자별로 도청과 시청에서 각 1명씩 직원을 배치해 장례 절차나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문제, 의료 문제, 교육 문제, 안전 문제를 포함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과 관련해서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지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외국인 사망자 신원이 확인되는대로 주한 대사관에 통보해 유족의 국내 방문 계획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그리고 입국을 희망하는 유족에 대해 법무부 및 공관과 협조해 입국 편의도 제공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출처,NEWS1

사진 설명,사고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으로 유가족들이 도착하고 있다

실제로 외교부와 법무부는 지난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외국인 유가족들을 위해 비자 면제 등 입국심사 간소화 등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한국과 사증면제 또는 무사증 입국 협약이 체결된 국적의 외국인 유가족 및 보호자에게는 전자여행허가제 적용을 면제, 사증필요 국가의 유가족 입국 시에는 90일의 단기 비자를 즉시 발급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다면 외국인 사망자 또한 내국인에 준해 장례 및 치료 비용도 지원할 수 있다.

25일 정명근 화성시장은 중앙부처를 포함한 범국가적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

화성시는 사망자 구호금과 장례비 선지원 및 유가족 체재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시장은 24일부터 시청에 피해통합지원센터가 운영에 들어갔다며, 해당 센터에서 운영하는 통합지원반은 상황 종료 시까지 유가족의 숙식 과 교통 등 지원 및 사고 수습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그는 25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일부 유가족이 실제로 피해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하기도 했다며 “현재 유가족들이 가장 하소연하는 부분은 신원을 빠르게 확인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의 상당수가 외국인임에 따라 신원 파악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시 차원에서 유가족을 위한 시청 내 피해가족 지원실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편, 화성시는 유가족과 협의해 사고 인근과 시청, 유동인구가 많은 역 근처에 분향소 4곳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사망자의 장례를 위해 서신면 다목적체육관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로 잠정 결정했으나, 유가족 의견을 반영해 당장 설치하지는 않기로 했다.

화재 이후 '유독 가스' 우려?

사진 출처,NEWS1

사진 설명,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인근 주민 및 근로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화재로 인해 리튬이 타면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 확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리튬 배터리는 불이 붙으면 인체에 해로운 불산 가스를 다량 발생시킨다. 그 외에도 일부 전무가들은 벤젠, 아크롤레인, 톨루엔 등의 유해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BBC에 “유해물질 안전관리국 매뉴얼에 의하면 리튬 화재가 발생한 곳으로부터 반격 800m 이상은 대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그렇게 본다면 (이번 사고 현장에서) 800m까지는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인근 주택은 창문을 당분간 닫아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환풍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해 공기를 정화해고, 집에서 유해가스 냄새가 난다면 청소를 깔끔하게 해야 할 필요성도 있어요.”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도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르면 리튬 자체는 심각한 피부 화상을 일으키고 눈에 손상을 초래하는데, 화재 상태에서 연소 생성물이 됐을 때는 더 반응성이 높은 고분자 물질로 당연히 바뀌게 되어있다”고 전했다.

“모든 화학물질은 온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화재 상황에선 온도가 높으니 물질이 떠서 확산돼 희석된 건데, 온도가 내려오면 다시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확산 범위에 대해 증명하지 못하면 대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맹독성으로 분류되지 않아 환경부에서도 ‘관심’ 단계만 발령한 겁니다.”

그러나 백 교수는 여전히 그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근처에 있던 주민들, 인근 공장에서 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재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근무자들을 사고 현장 영상에서 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인근에서 의류가 오염됐을 땐 바로 세탁을 해야하고, 세탁이 어려운 경우는 버리는 게 맞습니다.”

사진 출처,중앙긴급구조통제단 제공

사진 설명,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의 첫 발화 당시 모습을 중앙긴급구조통제단에서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화재 발화 당시 시간대별 CCTV 화면 모습

다만 류상일 동의대학교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불화수소가 확산되면 주변 지역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건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은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닌 만큼 이번에는 많이 발생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인근에 유해한 물질이 퍼지는 것에 대비해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워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편 환경부는 앞서 아리셀에서 제조된 리튬전지의 경우 불소가 포함되지 않은 리튬화합물을 사용해 화재로 불산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화성시도 화재현장 주변의 대기오염물질 발행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한편 오염 물질이 하천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는 등 2차 피해를 막는 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유해 물질에 대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전지에서 나온 유해물질보다 피해 건물의 내장재나 단열재, 집기 등이 타면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양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기 때문에 훨씬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이미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유해 물질은 바람에 흩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건물 잔해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약간 퍼질 것으로 예상되나 다른 화재 현장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번에는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진화한 사례기 때문에 오염수 문제 또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첨단 기술 발달한 한국인데 왜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을까

사진 출처,뉴스1

사진 설명,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기사 관련 정보

  • 기자,김효정
  • 기자,BBC 코리아

24일 경기 화성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총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 화학업계에서 발생한 사고 중 역대 가장 큰 피해를 남긴 참사로 기록되게 됐다.

사망자 상당수가 외국인인 데다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신이 훼손된 상황이 이번 사고가 얼마나 심각한 것이지를 가늠케 했다.

배터리 1개로 시작된 불…. 피해 컸던 이유는?

25일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9개 기관은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벌였다.

작업장 내부 CCTV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1개의 리튬 배터리 폭발에서 시작됐다.

첫 발화가 일어난 지 불과 30초 만에 다른 배터리까지 세 차례 폭발이 이어지고 곧이어 검은 연기가 화면을 뒤덮었다.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유독가스까지 뿜어져 나왔고, 대피 시간을 놓친 희생자들은 그대로 고립됐다.

합동 감식에 참여한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박사는 "배터리가 한 곳에 몰리지 않고, 곳곳에 널려 있었다"라며 "최초 발화한 배터리가 수 미터를 튕겨 나가 다른 배터리를 충격하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불길이 옮겨붙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렇게 리튬 배터리 화재는 보통 열 폭주 현상이 원인이 돼 나타난다. 고온에서 불씨가 폭발하는 현상이다.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 배터리에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하지 않도록 막는 분리막이 손상되면 생긴다.

특히 불이 난 아리셀 공장 3동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로, 가연성 내장재가 타면서 많은 유독가스도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중앙긴급구조통제단

사진 설명,화성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의 첫 발화 당시 모습을 중앙긴급구조통제단에서 25일 공개했다. 사진은 화재 발화 당시 시간대별 CCTV 화면 모습

대형사고 취약처, 한국

한국에서는 산업현장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로 가장 많은 근로자 목숨을 앗아간 참사는 2008년 1월 7일 일어난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였다. 당시 사고로 40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4월29일 이천에서 일어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는 38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를 남긴 대형 참사였다.

석 달 뒤인 7월21일 경기 용인 양지SLC 물류센터에서 큰불이 나 5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2021년 12월13일 여수산업단지에선 석유화학제품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작업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액체 화학물질을 저장한 고정식 탱크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됐다.

이듬해 여수산단 내 여천NCC 공장에서는 열교환기 시험 가동 중 폭발이 일어나면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계속된 사고에 정부가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22년 노동부는 건설 현장 현장관리자와 화재감시자를 대상으로 화재・폭발 예방 교육을 이수하도록 현장 기술 지도를 강화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 확보 의무 등 조치를 소홀히 해 산업재해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화재를 비롯해 각종 사고로 생명이 쓰러지는 일들은 줄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공개한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올해 1∼3월 재해조사 대상인 사고 사망 노동자는 138명. 전년 동기(128명) 대비 10명(7.8%) 늘어난 수치다. 사고 건수로는 136건으로 12건(9.7%)이 증가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산업 재해 사망률은 월등히 높다. 근로자 만 명 당 사망자를 나타내는 '사고 사망 만인율'을 살펴보면(2022년 기준) 한국은 0.4로 영국의 14배, 독일과 일본의 3.5배였다.

사진 출처,뉴스1

사진 설명,2020년 5월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잊을만 하면 자꾸 발생...이유는?

# 지난 15년간 발생한 대형 화재 사고

  • 2008년 1월 7일=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물류창고 화재(사망 40명)
  • 2010년 11월12일=경북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사망 10명, 부상 17명)
  • 2014년 5월28일= 전남 장성 효사랑요양병원(사망 21명, 부상 8명)
  •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사망 29명, 부상 40명)
  • 2018년 1월26일=경남 밀양 세종병원(사망 46명, 부상 109명)
  • 2019년 9월24일=경기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2명 사망, 부상 44명)
  • 2020년 4월29일=경기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현장(사망 38명)
  • 2020년 3월 7일 = 대구 중구 목욕탕 화재(3명 사망, 88명 부상)
  • 2020년 4월 29일 = 경기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38명 사망, 10명 부상)
  • 2020년 7월 10일 = 전남 고흥 윤호21병원 화재(4명 사망, 26명 부상)
  • 2020년 7월 21일 = 경기 용인 SLC 물류창고 화재(5명 사망, 8명 부상)
  • 2021년 6월 17일 =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소방관 1명 사망)
  • 2022년 1월 5일 =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 현장 화재(소방관 3명 사망)
  • 2022년 6월 9일 = 대구 범어동 변호사사무실 빌딩 방화 화재(7명 사망, 50명 부상)
  • 2022년 8월 5일 = 경기 이천 병원 건물 화재(5명 사망, 42명 부상)
  • 2022년 9월 26일 = 대전 유성구 현대 프리미엄아울렛 화재(7명 사망, 1명 부상)
  • 2022년 12월 29일 =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5명 사망, 41명 부상)

전문가들은 이번 화성 화재가 큰 대형 사고가 됐는지에 대한 원인으로 '현장 대응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인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는 메뉴얼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된 훈련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 희생자들은 출구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인 내부로 피신해 고립되는 바람에 집단적 참사가 이뤄졌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는 급박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6개월에 1회 이상 점검하게 되어있지만, 평소 대비가 제대로 안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식적인 안전 점검과 소방 점검은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킨다"며 "리튬 전지는 물에 닿으면 크게 폭발하는데 화재 발생 초기 모래를 사용하지 않고 소화기를 쓰려고 한 것은 평소에 안전대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사고는 항상 유사한 사고가 반복돼 나타나는 점"을 강조했다.

"2022년에 카카오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지 화재 진압이 어려웠단 점을 인지했음에도 법령 개정이나 제도 정비와 같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리튬 및 유사 위험에 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 사건의 경우, 화재 당일인 24일보다 이틀 앞선 22일 오후에도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다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방공무원으로 20년 넘게 화재 진압을 했었던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자체 대비 능력이 부족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공장 화재의 경우 평소 안전관리시스템 붕괴에 대해 자체 대응능력 부재로 사업장이 완전히 소실되고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단 한 번이라도 화재 시 근로자들이 자체 대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육만 받아쓰면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현장 근로자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이를 대비한 실효성 있는 안전 정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산업재해는 2017년 6302건에서 2022년 8286건으로 5년 새 31% 늘었다. 산재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6년 이후 한 번도 연간 100명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7조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근로자의 모국어로 작성하도록 규정한다. 안전보건공단도 고용허가제(E-9) 송출국 16개국 언어로 제작된 각종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 영세업체에서 제대로 안전교육이 이뤄지는지 점검하기는 쉽지 않다. 아리셀처럼 일용직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손 교수는 "짧은 시간에 급격한 연소 확대가 있는 상황에서 내부구조 미숙지, 언어 소통 부재 등 복합적 원인이 대형 사고를 키운다"고 했다.

정혜선 교수 역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대책 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에서 언어교육, 안전교육 등이 이뤄져야 하지만 금년에 예산이 전액 삭감돼 지원이 제대로 있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일터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사후 처벌보다 예방에 중점을 둔 법과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실제 처벌받은 사업주가 2명에 불과하는 등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는 지적이다.

손 교수는 "법령 준수를 위해 안전 우선주의를 채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 공정 등 작업장에서 안전 확인, 위해 요인 제거 등 인명피해를 일정 부분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면서도 "작업 현장에서는 빨리빨리 문화와 안전불감증이 팽배해 있어 향후 사고 후 처벌보다는 사전 행정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의 법과 제도적으로 보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조업체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 등 관계자 3명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26일 노동 당국에 입건됐다.

민길수 고용노동부 지역사고수습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향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경찰은 25일 박 대표 등 관계자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아리셀 공장에는 이날 오전 9시부로 전면작업중지명령이 내려졌다. 이는 공장 내 동종·유사 재해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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