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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불법 실태조사 나서는 복지부@이제라도 제대로 하라

by 신기황 2024.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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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강원도 춘천시의 한 병원에서 12일 이상 격리·강박돼 있던 김형진(가명·45살)씨가 사망 상태로 발견되자 당직의사 안 아무개씨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보호사와 간호사가 손과 발을 묶은 끈을 풀어내고 있다.

정부가 정신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격리와 강박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실태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한겨레가 춘천의 한 병원에서 무려 250시간 넘게 침대에 강제로 묶여 있다가 숨진 환자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정신병원의 환자에 대한 강제 조처가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폭력적이라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하지만 한겨레 보도가 있기 전까지 정부는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실태에 대한 기초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래서야 환자 가족들이 정신병원에 치료를 맡길 수 있겠나.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과연 문명사회에서 벌어진 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2022년 1월 춘천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한 40대 환자는 양손, 양발, 가슴까지 다섯 곳을 꽁꽁 묶인 채로 무려 251시간50분 동안 격리돼 있다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직후 병원 쪽이 한 행동은 더욱 황당하다. 병원 쪽은 유족 허락 없이 주검을 23㎞ 떨어진 장례식장 냉동고로 옮겼고, 2시간 뒤에야 유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처다. 그런데도 사망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3시간 반 만에 사건을 ‘병사’로 종결 처리했다. 유족은 병원 의료진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고소했지만, 경찰은 무혐의 처리했다고 한다.

격리·강박은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지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만 19살 이상 성인에 대한 강박은 1회 최대 허용 시간이 4시간이고 연속 8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초과하려면 반드시 전문의의 대면 평가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해당 병원은 이런 규정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환자가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병원 쪽은 그대로 방치했다고 한다.

정신병원의 격리·강박으로 환자가 숨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엔 연속 124시간 묶여 있던 50대 환자가 숨졌고, 2013년에도 17시간 묶여 있던 70대 환자가 숨졌다. 2017년에는 35시간 묶여 있던 20대가 사망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최근 5년간(2019~2023년) 접수된 격리·강박 관련 진정이 463건에 이른 것을 고려하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재발 방지를 위한 실태 조사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손과 발, 가슴을 단단히 묶는다. 환자는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침대에 결박되어 누워 있다. 299개 병상을 갖춘 작은 정신병원인 춘천ㅇ병원에서 환자는 구원받지 못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환자는 매일 신음하고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 서서히 죽어갔다. 의사도, 간호사도, 보호사도 적절한 구호조처를 외면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 죽음의 동조자인 것처럼 보인다. 정신병원은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나 치료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꽁꽁 묶어놓고 방치하는, 고문에 가까운 일들이 지금도 어느 정신병원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저년 저거 안정실에 집어넣어 버려요. 오늘 또 지랄하네.” 성폭행 후유증으로 입원한 15살 여자아이가 복통을 호소했을 때였다. 간호사가 짜증을 내며 일어나더니 보호사에게 소리쳤다. 보호사는 즉각 그 환자를 안정실(보호실)로 끌고 가 문을 잠가버렸다. 2020년 1월 경기도 안산시 ㄱ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곳 정신병원에서 근무한 지 4개월 된 김민자(가명)씨는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처음 들어왔을 땐 보호사가 여성 환자의 머리채를 잡고 격리실로 가는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재수없게 머리 풀고 왜 내 눈앞에서 얼쩡거리냐”는 게 이유였다. 다른 곳에서 5년을 근무했지만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 다른 간호사들이 민자씨에게 모르는 척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이곳에선 의사 지시 없이 이뤄지는 ‘이유 없는 격리·강박’이 일상이었다. 간호사들은 비공식적으로 환자를 격리시킬 때 볼펜 대신 연필로 인계장(인계노트)을 작성했다. 연필로 작성한 기록은 전자차트(EMR프로그램)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강박 사실은 연필로도 쓰지 않았다.

결국 민자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왔다가 그냥 돌아갔다. 대신 민자씨에겐 전보조치와 정직 3개월 처분이 내려졌고, 직장 내 괴롭힘이 따라왔다. 민자씨는 병원의 인권침해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했다. 2020년 7월 인권위 직권조사 끝에 35명이 부당 격리된 사실이 드러났다. 민자씨는 ㄱ병원 병원장을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고소했고, 지난해 6월 1심에선 병원장에게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하지만 이 병원 운영자인 원무과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채 병원 이름과 원장(페이닥터)만 바꿔 계속 환자를 받고 있다. 2021년 4월과 2023년 4월엔 두차례 환자가 창문을 통해 투신해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격리·강박

3일 한겨레는 춘천ㅇ병원에서 응급입원되자마자 251시간50분 격리·강박된 뒤 입원 289시간20분(12일1시간) 만에 숨진 김형진(가명·45)씨 사건을 계기로, 인권위에 진정이 접수된 정신병원들의 격리·강박 실태를 살펴보았다. 춘천ㅇ병원은 의사의 지시는 있었지만 환자 보호 지침이 전혀 지켜지지 않은 채 격리·강박이 시행된 경우였다면, 일부 병원은 병실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격리·강박이 이뤄져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해 문제가 됐다.

인천의 ㄴ과 ㄷ병원에서는 격리·강박실이 부족하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기존 병실에서 강박을 시행했다가 환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 7월 ㄴ정신병원에선 소란을 일으킨다는 등의 이유로 병실 침대에 손과 발이 묶인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목 졸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분노조절 장애로 치료를 받고 있었고, 평소 피해자와 잦은 마찰을 겪어왔다고 한다. 두 사람이 머물던 곳은 6인실이었다. ㄷ정신병원에선 지난해 11월 병실에 강박된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맞아 복부파열로 사망했다.

보건복지부 등의 격리·강박 세부지침은 “격리·강박은 격리(강박)실로 명시된 공간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1명만 들어가는 격리·강박실이 아닌 다인실에 환자를 묶어두면, 묶인 환자는 “풀어달라”고 몸부림치며 소음을 일으키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른 환자들과 시비가 벌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규정은 지키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아 일선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원칙이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인천의 ㄹ병원에서도 병실 내 강박이 일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2022년 11월 인권위가 이 병원을 직권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자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다른 환자의 잠을 방해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병실 침대에 묶였다. 격리실이 찼거나 당사자가 격리실 입실을 거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환자들은 적게는 일주일에 1~2회, 많게는 매일 침대 기둥에 양팔을 묶이는 2포인트 강박과 양팔과 양발을 모두 묶이는 4포인트 강박을 당했다. 강박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4시간까지 지속됐다.

인권위의 최근 5년간(2019~2023년) 정신보건시설 진정처리 현황에 따르면 ‘부당한 격리·강박’에 대한 진정은 463건으로 강제수용(2169건), 폭행 및 가혹행위(697건), 의료조치 미흡 등(685건), 폭언 및 욕설(525건)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이는 대표 진정을 중심으로 정리한 통계로, 대부분 중복 진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당한 격리·강박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지침 위반 사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의사가 격리·강박일지를 사후에 작성·제출하거나 의사 지시 없이 임의로 격리·강박이 이루어져도 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인권위는 ㄹ병원의 6개월치 격리·강박 시행일지와 간호사 인계장, 직원 및 환자의 진술을 대조한 끝에 의사 지시가 확인되지 않는 부당 강박 사례를 잡아냈지만, 병실 강박 과정에서 환자가 살해된 ㄴ병원은 직권조사를 하고도 그간의 부당 격리, 강박 관행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인권위 진정 463건 가운데 권고·고발·수사의뢰가 28건에 그치는 것도 그 영향이 크다. 대부분은 각하(304건)되거나 기각(127건)됐으며 3건은 합의종결됐다.

나아가 정신병원 격리·강박실 실태에 대해선 기본 자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는 격리·강박 실태와 현황, 시정조치 건수에 대한 한겨레의 요청에 “자료가 부존재한다”고 답했다. 통계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돈과 인력 부족한 민간병원들

정신건강복지법(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75조는 “치료 또는 보호의 목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격리시키거나 묶는 등의 신체적 제한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보건복지부 등의 지침은 자·타해 위험이 뚜렷하게 높을 경우로 격리·강박 시행 조건 및 상황을 정해두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도 행동조절이 극단적으로 안 되는 환자에 대한 격리·강박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때로는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스스로 보호실로 보내달라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시행 조건과 기준 시간 지침(1회 최대 4시간 강박 및 2시간마다 사지운동)이 준수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심할 경우엔 의사의 지시가 없는데도 보호사나 간호사가 임의대로 가두고 묶는 경우까지 있다는 것이다. 안산 ㄱ병원 강박 실태를 고발했던 민자씨는 “300병상 아래의 중소형 정신병원이나 원무과장 등이 페이닥터(월급 의사)를 원장으로 내세워 운영하는 병원에서 이런 현상이 더 쉽게 벌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의 ㄱ·ㄴ·ㄷ·ㄹ병원 모두 300병상 아래의 규모다.

이영문 전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대학병원이 응급 및 행정 입원으로 들어오는 급성기 환자(첫 발병 또는 재발 위중 환자)를 거의 받지 않다 보니 이들이 인력과 시설이 부족한 중소형 민간 정신병원으로 가기 마련”이라고 했다. 기선완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도 “중소형 정신병원의 경우 시설·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 병원으로서도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 중심엔 ‘수가 문제’가 있다. 정신병원 환자는 다른 질환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가 많은데 국가가 병원에 지급하는 비용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의료급여란 건강보험과 달리 정부가 저소득층에 진찰·검사·치료비를 지원하는 사회보장서비스를 말한다.

기선완 단장은 “정신의학과만 유일하게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및 치료비가 정액제”라고 설명했다. 의료급여 환자가 병원 등급 G2에 해당하는 정신병원에 입원할 경우 정부로부터 받는 하루 입원료 및 진료비는 7만원가량으로 월 기준 200만~22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200병상 정도의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오아무개 원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가 60%에 이른다. 다른 과 병원들은 대개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이 5% 미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의료급여와 건강보험 액수가 동일한 내과·외과 등과 달리 정신과 입원환자만 의료급여 액수가 건강보험 대비 60%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한 폐쇄병동 집중관리료(안전을 위한 보호사 채용)와 격리보호료(격리·강박 처치)는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만 응급환자 처치 비용(난폭한 환자 진정 또는 제압 등) 5만4850원만 4년 전부터 별도 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인권이 이 정도야?” “내보내달라.” “전화 좀 하게 해달라.”

춘천ㅇ병원에서 사망한 김형진씨의 경과기록지를 보면, 2021년 12월27일 편의점에서 소란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응급입원된 형진씨는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ㅇ병원은 형진씨가 폭력성이 강했다고 주장했지만, 한겨레와 인터뷰한 유족은 “본인 병(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을 정확히 인지하고 주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은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은 형진씨의 요청사항을 들어주지 않은 채 가족에게 연락도 취하지 않고 곧장 격리·강박한 뒤 주사제를 놓았다. 왜 굳이 이렇게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병원이 그동안 제공해왔던 의료서비스 상황에선, 가장 익숙하고 손쉬운 대응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병원침대 묶여 숨져도, 유족 몰래 23㎞ 옮겨도 무혐의

 

 

CCTV로 본 어느 환자의 죽음
병원장·의사 그 누구에게도 책임 묻지 않은 국가

 

2021년 12월27일 입원했던 김형진(가명·당시 45살)씨가 5포인트 강박 상태로 묶여 있다 병상에서 사망한 뒤 보호사들에 의해 담요에 말려 병실을 나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손과 발, 가슴을 단단히 묶는다. 환자는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침대에 결박되어 누워 있다. 299개 병상을 갖춘 작은 정신병원인 춘천ㅇ병원에서 환자는 구원받지 못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환자는 매일 신음하고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 서서히 죽어갔다. 의사도, 간호사도, 보호사도 적절한 구호조처를 외면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 죽음의 동조자인 것처럼 보인다.

정신병원은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나 치료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꽁꽁 묶어놓고 방치하는, 고문에 가까운 일들이 지금도 어느 정신병원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한겨레는 3회에 걸쳐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정신병원에서 장시간 격리·강박 중 김형진(가명·45)씨가 숨진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병원장·주치의·당직의·간호사 등 주요 사건 관계자 가운데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은 사망 직후 112 신고를 ‘병사’로 처리했고, 유족의 병원장 등 고소(업무상 과실치사 등)는 무혐의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수사 의뢰로 경찰은 의료법 위반 수사에 나섰지만, 간호사 8명을 송치하는 데 그쳤다.

사건은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부실 수사로 꼬이기 시작했다. 형진씨 사망 판정 2시간 뒤인 2022년 1월8일 아침 8시50분께 뒤늦게 병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남동생 김병진(가명)씨는 미심쩍은 마음에 112에 변사 신고를 하고 병원으로 출발했다. 당시 강원경찰청 112종합상황실이 작성한 ‘112 신고 사건처리내역서’를 보면, 경찰은 오전 9시34분 신고를 접수하고 9시4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경찰이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형진씨 주검은 유족 동의 없이 임의로 23㎞ 떨어진 강원효장례문화원 냉동고로 옮겨진 뒤였다. 보존돼야 할 현장도 훼손됐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 경찰은 사망 당일 보호실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확보했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출동 3시간 반 만에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경찰은 CCTV 확보하고도 수사 안 했다

‘조현병으로 자의 입원. 변사자 가족이 변사자의 사망에 대한 이의가 없고 부검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여 병사 처리함.’ 당시 작성된 112 신고 사건처리내역서는 경찰의 부실한 사건 처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형진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는 한겨레에 “유족들이 ‘사망에 이의가 없다’고 한 적 없고, 병명은 조현병이 아니며, 자의 입원이 아닌 강제 입원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형진씨는 양극성 정동장애, 즉 조울증을 겪고 있었다.

형진씨 사망 두달 뒤인 2022년 3월 유족은 의료진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춘천경찰서는 7개월 뒤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유족 고소로 시작된 수사 당시 경찰은 삭제된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을 복구한 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의료중재원은 “환자가 입원 직후 장시간 강박 처치를 받았으며, 사망 직전에는 약 66시간50분 동안 신체 강박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조치는 폐색전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 이런 잠재적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절한 사지 운동을 시켜주거나 환자의 신체 자세를 바꿔주는 조치가 필요하나 의무기록 및 시시티브이 영상에서는 시행 내역이 확인되지 않음”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은 주목하지 않았다. 경찰은 의료중재원 판단 중 “부검이 시행되지 않아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으며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대목을 근거로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춘천경찰서 김아무개 경감은 “시시티브이를 쭉 훑어보기는 했으나 전문 의료지식이 없어 의무기록지와 비교 분석은 못 했다”며 “의료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따랐다”고 설명했다.

유족의 진정을 받아 인권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ㅇ병원의 과실이 일부 드러났다. 인권위는 영상과 의무기록지를 대조해 격리·강박 시간을 계산하고 문제점을 찾아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 “입원 당일의 격리 및 강박 시행일지만 보아도 총 38차례의 간호사정이 이뤄진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5시간 이상 분량의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의료진이 피해자의 혈압·맥박·체온을 확인하는 모습은 5회에 불과하다”며 의무기록지가 허위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2021년 12월29일 오후 5시께 피해자에 대한 강박을 해제하고 1시간 뒤인 6시께 다시 강박이 시행됐다고 기재돼 있으나 영상에 강박을 해제하는 장면이 없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의사는 법망 빠져나가고 간호사만 송치

인권위가 ㅇ병원을 ‘의료법 제22조 3항 위반(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혐의’로 수사 의뢰하며 올해 3월 간호사 8명이 검찰에 송치되긴 했지만, 병원장·주치의·당직의는 아예 송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의료법 제2조 2항 5호엔 ‘간호사의 진료 보조 행위는 의사의 지도하에 수행한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감독·관리 책임이 있는 병원장과 의사는 법망을 빠져나간 셈이다. 이후 검찰은 8명의 간호사를 구약식 처분했고 6월 법원은 이를 최종 확정했다.

2022년 5월 유족은 서울북부지법에 병원장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박호균 변호사는 “상황을 좀 지켜보다 경찰에 이의 신청을 할 계획이다. 최소한 과실치사 이상의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시시티브이 영상을 보면 너무 오랫동안 묶어놔서 사람이 사망한 것이 명백하다. 환자가 난동을 부리지도 않았는데 묶어놓은 것은 굉장히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 부인 박씨는 “경찰의 수사에는 실망과 분노뿐이다. 인권위 결정문이라도 있으니까 용기를 내고 여기까지 버텼다”고 말했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춘천경찰서 모습.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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