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러시아가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근 긴밀해진 북-러 관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통신 타스는 #한국인인백모 씨가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체포된 후 #현재 모스크바의 한 구치소에 수감 중이라고 보도했다. 타스는 이어 #백 씨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정보가 일급 기밀로 분류됐다고 전했다. #12일 한국 외교부는 백 씨가 체포된 사실이 맞지만, 그의 신상과 구체적 혐의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백 씨의 한 지인은 12일 BBC에 그가 현지에서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같은 날 연합뉴스와 KBS 등 복수의 국내 매체도 그가 현지에서 탈북민을 돕던 선교사라고 보도하며, 그가 체포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금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과거 탈북민 구출 활동으로 이 정도 처벌을 받은 사례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13년 러시아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추방된 김영배(가명) 목사는 BBC 코리아에
"한국인들 중에서도 추방된 사람은 저 말고도 좀 있다. 그런데 (이런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고 말했다. 하바로보스크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김 목사는 지난 2010년 북한 노동자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혐의로 러시아에서 추방돼 한국에 왔다.
김 목사는 당시
“하바로보스크 인근에 파견돼있던 북한의 벌목공들이 교회로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며,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한국 총영사관으로 가면 망명 신청이 되니까, 인근 인권단체들에 이 노동자들을 연결해줬다"
고 전했다.그는
“비자 문제로 잠시 한국에 왔을 때 비자 연장 신청이 반려되어 추방된 사실을 알았다"
며 #러시아 경찰에 문의해 간첩 등 혐의가 추가 돼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구금이나 벌금 등 다른 형사 조치는 받지 않았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도 BBC 코리아에
“(김씨와) 비슷하게 러시아를 떠나게 된 사례들이 이전에도 좀 있었다"
고 밝혔다. 위 전 대사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민을 도운 한국인들에 대해
“과거엔 경고 혹은 간첩 혐의 등으로 압박을 주고 추방을 하는 것이 일반적”
이었다며 이번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러시아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편”
이었다며,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난민을 인정하는 편"
이었다고 덧붙였다.
'공개'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처벌 수위로 볼 때 백 씨가 러시아측의 주장대로 기밀 정보를 유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타스는 백 씨가
“'작가’라고 소개하며 온라인 메신저로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러시아 정부가 언론을 통해 백 씨의 구금 사실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최근 강화된 북-러 관계나 악화된 한-러 관계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위 전 대사는 과거 러시아에서 한국인이
“일부 구금된 사례도 있지만 공개돼 크게 사건이 불거진 경우는 흔치 않다"
며 이번 사건이 최근 북-러, 한-러 관계와 관련 있다는 식의
“추정이나 해석을 가할 여지가 있다"
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러 관계가 수교 이래 최저점에 있는 것이 사실”
이라며,
“러시아는 어떤 나라하고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비슷한 사안을 이번처럼 공개해 처리하는 경우가 있다"
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도 이번에 러시아가
“시간을 상당히 오래 소요하면서 공개했다"
며, 이는
“‘러시아가 북한에 협력하고 있다’는 메시지, 또는 한국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
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밀착하면서 탈북민이나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같은 환경이 아주 나빠졌다"
고 덧붙였다. #중국 등지에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도와온 갈렙 선교회 김성은 목사도
“지난해 중국이 600명을 강제 북송하고 반간첩법까지 제정해 한국에 경고를 날렸다”
며,
“이번엔 러시아가 한국 선교 단체들과 한국에 경고를 보냈을 수 있다”
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구금이 백 씨를 외교적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는 정치적 협상과 포로 교환을 위한 카드로 외국인들을 구금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러시아는 지난해 3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취를 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재판 없이 1년째 구금하고 있다. 러시아계 미국인 기자 알수 쿠르마셰바도 러시아 군과 관련된 허위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구금중이다.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 등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한 반면,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정상 회담을 갖고 양국의 무기 거래 정황이 꾸준히 보고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기사 관련 정보
- 기자,이선욱
- 기자,BBC 코리아
'사회 소식 > 가치 있는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국회서 교민들 “이종섭 국제적 망신…모욕 느낀다” (80) | 2024.03.24 |
---|---|
러시아 공연장 테러 발생으로..... 러, 테러 용의자 4명 체포…(추가4) (98) | 2024.03.23 |
인공지능 3단계 :인류의 생존 방향은? (202) | 2024.03.07 |
3월 1일은 매년 새로운 시작과 기대가 가득한 날 (160) | 2024.03.01 |
발트해서 완전포위 된 러…우크라 침공이 되레 나토 키웠다 (152) | 2024.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