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하면서, 최근 소강상태에 빠져 있던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꼽힌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7월30일 채 상병 순직의 책임을 물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을 혐의자로 적시해 사건을 경찰로 이첩하겠다는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서에 결재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7월31일 대통령실 전화를 받은 직후 자신의 결재를 뒤집고 해병대에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하냐’는 취지로 격노했다는 말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게 전했고, 박 대령이 이를 공개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이 순직 해병 사건기록 회수 과정에서 이종섭 장관과 통화하며 분주히 움직였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상병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지난해 8월2일 낮 12시7분부터 1시간도 안 되는 사이 이 장관에게 세차례 전화를 걸었다. 당시 윤 대통령은 휴가 중이었고, 이 장관은 국외 출장 중이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국내에 머물며 장관 대행을 했던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도 자신의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를 주고받았다. 같은 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에 이첩된 채 상병 순직 사건을 회수하고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 대통령의 통화는 항명죄로 기소된 박 대령 사건을 심리 중인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이 장관과 신 차관, 임 비서관,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등의 통화 내역을 사실조회하면서 알게 된 것이다. 공수처가 이번에 윤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확보하면서, 의혹의 정점인 윤 대통령이 수사 외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욱 명확한 단서를 포착할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은 그동안 윤 대통령 통화 내역에 대한 공수처의 영장을 여러차례 기각했으나 1년이 지나면 보존 기간이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해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수처가 확보한 통화 기록은 특정 날짜에 한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이번 의혹의 정점에서부터 시작되는 통화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또 공수처는 윤 대통령의 통화 내역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 전 장관 등 핵심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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