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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실, 미래의 이야기/수필

쿠제 호수 그 신비로운 섬 이야기-1-[수필과 시]

by 신기황 202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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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제 호수, 그 신비로운 섬 이야기

1부: 푸른 호수에 깃든 고요의 속삭임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선사했다. 푸른 하늘 아래, 연초록의 언덕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는 짙푸른 호수가 잔잔하게 숨 쉬고 있었다. '쿠제 호수(久種湖)', 나무로 깎아 만든 소박한 표지판이 그 이름을 알려주었다. 리시리 레분 사로베츠 국립공원의 품에 안긴 이곳은, 단순한 호수가 아니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나는 자전거 옆에 텐트를 치고 벤치에 앉아 호수를 응시했다. 잔잔한 수면 위로 구름 그림자가 유유히 흘러갔고,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신비로운 장막에 싸인 듯 아득했다. 이곳은 세상의 소란과는 단절된, 오직 자연의 소리만이 허락된 공간이었다. 바람이 풀잎을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호수가 나지막이 속삭이는 소리. 이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나를 감싸 안았다. 마치 고대 신화 속의 여신이 이곳에 내려와 영원한 평화를 선사한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캠핑장 안내도를 살펴보니, 이 넓은 초원 곳곳에 아늑한 통나무집들이 띄엄띄엄 자리하고 있었다. 정갈하게 잘 가꿔진 잔디밭과 깔끔한 공동 시설들은 이곳이 단순히 자연을 즐기는 곳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도로 대신 깔끔한 아스팔트 길과 보도블록이 정돈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자연의 순수함을 해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최소한의 인공적인 손길로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려는 세심함이 느껴졌다.

 

해 질 녘이 되자, 호수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지기 시작했다. 하늘은 다양한 색깔의 물감으로 칠해진 팔레트처럼 변모했고, 호수는 그 모든 색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텐트 안에서 바라본 세상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이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서 나는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내면의 평화를 다시금 발견했다.

 

어쩌면 이 호수는, 바쁜 삶 속에서 길을 잃은 영혼들에게 잊혀진 평화를 찾아주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 밤, 나는 쿠제 호수의 품에서 깊은 잠에 들었다. 그리고 꿈속에서, 이 아름다운 섬의 더 깊은 비밀을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쿠제 호수, 영혼의 노래

1부: 고요의 푸른 숨결

하늘은 거울이 되어

초록 언덕을 안고

쿠제 호수, 그 이름 아래

시간은 발걸음을 멈춘다.

 

바람은 풀잎 사이로

낡은 노래를 읊고

새들은 아득한 저편에서

은밀한 속삭임을 보낸다.

 

수면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

느릿느릿 유영하는 꿈

저 멀리 산봉우리들은

신화 속 장막처럼 아득해.

 

노을빛 붉게 물든 하늘은

혼돈의 팔레트처럼 번지고

호수는 그 색을 고이 받아

숨 쉬는 그림이 된다.

 

텐트 속 작은 불빛 아래

잊었던 평화가 찾아들고

고요 속에 잠든 영혼은

치유의 샘물을 마신다.

오늘 밤, 호수의 품에

안겨 비밀스러운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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