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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실, 미래의 이야기/수필6

쿠제 호수 그 신비로운 섬 이야기-2-[수필과 시] 2부: 나무 오두막에 깃든 그리움과 시간의 흔적아침 햇살이 텐트 사이로 스며들어 눈을 떴다. 밤새 잊고 있던 세상의 소음은 여전히 멀리 있었고, 내 주변을 감싸는 것은 신선한 풀 내음과 상쾌한 공기뿐이었다. 어제 보았던 통나무집들이 햇살 아래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한 오두막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자 각각의 오두막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몇 채의 오두막들은 문이 닫힌 채 고요했고, 어떤 오두막 앞에는 빨래가 널려 있는 모습도 보였다. 누군가의 삶의 흔적이 잠시 머물다 간 자리,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작은 삶이 숨 쉬고 있는 공간. 이 오두막들은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이 신비로운 섬을 찾아온 이들의 꿈과 휴식, 그리고 그리움을 품어주는 보금자리 같았.. 2025. 8. 13.
쿠제 호수 그 신비로운 섬 이야기-1-[수필과 시] 쿠제 호수, 그 신비로운 섬 이야기1부: 푸른 호수에 깃든 고요의 속삭임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을 선사했다. 푸른 하늘 아래, 연초록의 언덕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펼쳐져 있고, 그 아래로는 짙푸른 호수가 잔잔하게 숨 쉬고 있었다. '쿠제 호수(久種湖)', 나무로 깎아 만든 소박한 표지판이 그 이름을 알려주었다. 리시리 레분 사로베츠 국립공원의 품에 안긴 이곳은, 단순한 호수가 아니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했다. 나는 자전거 옆에 텐트를 치고 벤치에 앉아 호수를 응시했다. 잔잔한 수면 위로 구름 그림자가 유유히 흘러갔고,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신비로운 장막에 싸인 듯 아득했다. 이곳은 세상의 소란과는 단절된, 오직 자연의 소리만이 허락된 공간이었다. 바람이.. 2025. 8. 11.
「바람이 대답한 섬 – 레분에서의 며칠」 「바람이 대답한 섬 – 레분에서의 며칠」바다는 말을 걸지 않았다.대신 바람이 그 말을 대신했다.그리고 나는 그 대답을 들으려, 이 섬으로 왔다.레분섬은 홋카이도 북서쪽에 조용히 떠 있는 작고 외로운 섬이다. 아침에 부둣가에 내릴 때, 짙은 안개가 등뒤를 감싸 안았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희미했고, 내 짐가방 바퀴가 자갈을 긁는 소리만이 현실감을 주었다. 목적지는 쿠슈호 캠핑장. 인터넷에서 본 몇 장의 사진, 그중 풀밭 위에 누운 텐트와 저 멀리 비치는 수평선의 이미지가 이끌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나는 그저 조용한 곳을 찾고 있었고, 이 섬이 나를 불렀다.캠핑장에 도착한 것은 오후였다.길가엔 이름 모를 꽃들이 바람에 속삭이고 있었고, 숲과 바다 사이의 그 좁은 공간에 내 작은 텐트를 세웠다. 주변에 다.. 2025. 8. 9.
홋카이도 레분섬(礼文島)의 아름다운 고산 식물 군락지[3]감성에세이편 「레분섬의 바람은 말을 걸지 않는다」 「바람이 말을 걸어오는 섬, 레분」바다는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바람이 그 말을 대신했다. 낯선 섬에 처음 발을 디딘 날, 나는 그 조용한 교신을 처음으로 알았다.레분섬. 지도에서 보면 끝자락에도 붙어 있지 않은, 홋카이도의 북쪽 끝에도 이름 하나 붙여진 고요한 섬. 배를 타고 도착한 나는 이곳에서 아주 오랜만에 ‘고요함’이라는 감정을 새롭게 배웠다.항구에 내리자마자 내 귓가를 스쳐간 건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니라 풀섶을 가르며 오는 바람 소리였다. 익숙한 풍경도, 화려한 관광지도 없는 그곳은 처음부터 나를 "기억"이 아닌 "느낌"으로 데려갔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꿈속의 장소처럼.섬은 한가로웠다. 걷다 보면 어느새 바다가 옆에 있고, 언덕 너머에서 들꽃들.. 2025. 8. 8.
『바람 끝의 기억, 레분』 『바람 끝의 기억, 레분』작고 낯선 섬.그곳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다.하지만 쿠슈호 캠핑장의 고요함은, 내 마음의 주름까지 펼쳐주는 듯했다.나는 혼자였다. 아스라이 빛바랜 텐트를 치고, 호숫가에 걸터앉았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바람이, 내 오래된 마음의 틈으로 스며들었다.해는 느리게 지고, 구름은 느릿한 꿈처럼 흘렀다.처음엔 적막이라 생각했다.그러나 이 고요함은 ‘정적’이 아닌, ‘귀 기울일 수 있는 여백’이었다.레분섬 북쪽. 호수에서 조금 걸어가면 넓은 들판이 있다. 그곳에 개불알꽃이 피어 있다.이름은 이상했지만, 그 꽃들은 슬프도록 순했다.거센 바닷바람을 그대로 견디며 살아가는 꽃들. 작고, 여리고, 강한.그곳에 앉아 나는 오랜만에 나 자신을 떠올렸다.누군가를 향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아.. 2025. 8. 7.
어린이 감성 이야기 에세이-1- 어린이 감성 이야기 에세이 『호수랑 나랑만 아는 비밀』나랑 엄마랑 아빠랑, 이번 여름에 쿠슈호 캠핑장으로 소풍을 갔어요.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또 버스를 타서 도착한 곳은 조용한 호수 옆 캠핑장이었죠.호수는 정말 커다랗고 조용했어요. 마치 말없이 누워 있는 공룡 같았어요. 바람이 살랑 불면, 호수 물이 반짝반짝 춤을 췄고, 새들은 “끼룩!” 하고 웃으며 날아갔어요.나는 조용히 걷다가, 호수 옆 나무 밑에 앉았어요. 갑자기 작은 다람쥐가 다가와서 말했어요.“쉿! 여기 비밀이 있어. 해가 질 무렵, 호수 물속에 꽃이 피어.”“정말?”나는 조심조심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어요. 그리고 정말이었어요! 물속에 분홍빛이 스르륵 스며들면서, 작고 투명한 꽃잎이 둥둥 떠올랐어요. 아마 물의 요정들이 만든 꽃이었나 ..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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